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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거나 찡그리는 사람은 비행기 태워 보내버린다."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제자들을 향해 강재원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엄포를 놓았다.
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너무 순진하고 수줍고 착하다. 외국애들은 져도 웃고 다닌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억압되고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 자유롭게 하질 못한다. 져도 빨리 잊어먹고 재정비하면 된다"면서 "울고 그럴 필요 없다. 1게임 더 남지 않았느냐, 올림픽에서 3위와 4위는 정말 다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오히려 제자들을 다독였다.
가뜩이나 엷은 선수층에 심해인까지 팔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벤치에서 수비는 할 수 있다, 나간다는 것을 다음 경기를 위해 앉혀뒀다"고 했다. 에이스 김온아는 끝내 3-4위전에도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백업선수없이 끝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 "수비진은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 공격진은 이은비 류은희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3-4위전을 잘 준비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날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장은 농구경기장이었다. 1만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아레나에서 이런 빅매치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했다. 1만명 이상의 관중, 그가운데 80% 이상이 노르웨이 관중이었다. 으리으리한 경기장에서 일방적인 응원 속에 떨어져 가는 체력을 버텨내며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됐다.
강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최선을 다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몬테네그로 준결승전의 패자와 3-4위 결정전에서 맞붙는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