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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이대훈(20·용인대)을 보면 두번 놀란다. 아이돌 못지 않게 잘생긴 외모와 모델 같은 몸 때문이다.
이대훈의 신체조건은 1m80-58㎏이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랐다. 사연이 있다. 이대훈은 지금까지 63㎏급 위주로 출전해왔다. 대한태권도협회가 3회 연속 내보냈던 63kg급 대신 58kg급을 출전체급으로 선택하며 감량의 길에 들어섰다. 몸 사이클이 일정한 운동 선수에게 5㎏ 감량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대훈은 웃으며 이를 극복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것은 다 먹지는 못했지만, 먹을 것 다 먹으면서 감량한건데요"라며 웃었다. 그 웃음속에는 독기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하지만 그는 사실 '노력'과 '욕심'으로 설명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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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은 런던에서 최연소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도전했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도 남자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문대성 의원이 유일하다. 현역시절 '태권괴물'로 불렸던 문 의원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그랜드슬램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16강과 8강전에서 연장접전을 펼치며 체력을 소진한 이대훈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스페인의 곤잘레스 보니야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직까지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한판이었다.
이제 20세인 이대훈에게는 아직도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다행히 이대훈도 이번 올림픽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 운동시작할 때부터 올림픽이 목표였다. 긴 시간 동안 열심히해 온 만큼 특별하고 기대된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이 내 태권인생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런던올림픽에서 패배라는 쓴약을 먹고 새로운 출발을 연 이대훈이 써내려갈 새역사들이 기대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