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그랜드슬램 놓친 이대훈, 그의 태권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09 00:54 | 최종수정 2012-08-09 07:01


이대훈.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g

가까이서 이대훈(20·용인대)을 보면 두번 놀란다. 아이돌 못지 않게 잘생긴 외모와 모델 같은 몸 때문이다.

이대훈의 신체조건은 1m80-58㎏이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랐다. 사연이 있다. 이대훈은 지금까지 63㎏급 위주로 출전해왔다. 대한태권도협회가 3회 연속 내보냈던 63kg급 대신 58kg급을 출전체급으로 선택하며 감량의 길에 들어섰다. 몸 사이클이 일정한 운동 선수에게 5㎏ 감량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대훈은 웃으며 이를 극복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것은 다 먹지는 못했지만, 먹을 것 다 먹으면서 감량한건데요"라며 웃었다. 그 웃음속에는 독기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하지만 그는 사실 '노력'과 '욕심'으로 설명되는 선수다.


초등학교 시절 시합에 나선 이대훈(오른쪽)
이대훈은 자연스럽게 태권도복을 입었다. 아버지 이주열씨(42)가 도장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태권도 명문인 한성중·고를 졸업한 태권도인이다. 이대훈과 현재 해병대 장교인 이대훈의 형 이정훈씨(23)는 아버지의 후배이기도 하다. 5세때 시작한 태권도는 이대훈의 운명이 됐다. 태권도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대훈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이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4, 5, 6학년이 나가는 대회에 출전시켰다. 이대훈은 머리 하나가 더 큰 형들과의 대결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발차기를 날렸다. 울며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예상과 달리 이대훈이 승승장구하자 결국 신분이 들통나 실격처리가 되기 일쑤였다. 이씨는 싸움닭 같은 아들의 모습에 성공을 예감했다.


태권도 용품 모델에 나선 이대훈(왼쪽)
이씨의 예감은 적중했다. 각종 대회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이렇다할 슬럼프도 없었을 정도다. 자만할 법도 하지만 이대훈은 그럴수록 더욱 태권도에 몰두했다. 그 흔한 숙소이탈이나 일탈 한번 하지 않았다. 큰 대회든 작은 대회든 1등을 하는 쾌감이 너무 좋았다. 당연히 몸관리도 철저하다. 피나는 감량도 별탈없이 진행했다. 스스로 부상이 없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천재'로 이름을 날린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때 성인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브레이크는 없었다. 고3 때 출전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5월에 열린 경주세계선수권대회와 베트남에서 열린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하며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대훈은 런던에서 최연소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도전했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도 남자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문대성 의원이 유일하다. 현역시절 '태권괴물'로 불렸던 문 의원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그랜드슬램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16강과 8강전에서 연장접전을 펼치며 체력을 소진한 이대훈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스페인의 곤잘레스 보니야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직까지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한판이었다.

이제 20세인 이대훈에게는 아직도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다행히 이대훈도 이번 올림픽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 운동시작할 때부터 올림픽이 목표였다. 긴 시간 동안 열심히해 온 만큼 특별하고 기대된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이 내 태권인생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런던올림픽에서 패배라는 쓴약을 먹고 새로운 출발을 연 이대훈이 써내려갈 새역사들이 기대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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