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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신아람의 은빛'힐링매치' 보고있나 심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5 04:12 | 최종수정 2012-08-05 04:23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개인전에 참가한 한국 여자 펜싱 대표팀의 '숨은 진주' 신아람이 30일 저녁(현지시간)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중국 쑨위지에와 동메달 결정전를 치른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20730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

'힐링매치'였다. 특별메달도, 공동메달도 원치 않았다. 오롯한 실력으로 스스로 상처를 씻어냈다. 자랑스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아람(26·계룡시청)은 지난달 30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다잡은 은메달을 놓쳤다. 심판과 시간 계측원이 마지막 남은 1초를 지나치게 길게 잡은 탓에 4차례나 공격을 허용하다 역전패했다. 1시간이나 피스트(펜싱 코트)에서 오열했지만 판정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4일 남자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직후 만난 김용율 펜싱대표팀 감독은 신아람 이야기를 꺼내자 눈물부터 쏟았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가장 기쁜 순간에 가장 아픈 손가락을 떠올렸다. "아람이가 불쌍해서 어떡하냐. 동료들이 계속 메달을 따는데…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내일 단체전에서 틀림없이 잘 해낼 것"이라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신아람, 정효정(28·부산시청), 최인정(22·계룡시청), 최은숙(26·광주 서구청)으로 구성된 에페 4총사는 똘똘 뭉쳤다. 5일 새벽(한국시각)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25대39로 역전패했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시작전 모두 어깨를 겯고 둥글게 둘러서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신아람은 스스로 첫단추와 마지막 단추를 책임졌다. 단체전에서 선공을 날려야 할 첫 주자와 승리를 지켜야 할 마지막 주자는 에이스의 몫이다. 결연하고 절실했다.

초반은 한국의 분위기였다. 신아람이 1라운드 중국의 에이스 리나를 상대로 3-1로 이기며 깔끔한 스타트를 끊었다. 2라운드 정효정이 순위지에와 득점없이 비긴 후 3라운드를 최인정이 쉬안기와 대접전 끝에 4-3으로 잡아냈다. 7-4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4라운드 정효정이 리나와 맞붙었다. 5점을 내주며 9-9 동점을 허용했다. 위기였다. 5라운드 신아람이 나섰지만 쉬안기에게 1-3으로 밀렸다. 중국이 12-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6라운드 최인정은 순위지에와 4-6으로 밀리며 14-18로 밀렸다. 7라운드 최은숙이 정효정을 대신해 피스트에 섰다. 쉬안기와의 맞대결에 나섰다. 3-5로 또다시 밀리며 17-23으로 떨어졌다.8라운드 최인정이 리나를 상대로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2-4로 밀리며 19-27의 스코어를 마지막 주자에게 물려줬다. 8점차, 마지막 9라운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신아람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상대는 동메달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순위지에였다. 한 점이라도 만회하고자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허를 찔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한끗이 모자랐다. 원하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마침내 꿈꾸던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장에는 최병철, 정진선, 김지연, 남현희, 오하나, 전희숙, 정길옥, 구본길 원우영, 김정환 등 대한민국 검객들이 총출동했다. 목이 터져라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1일 최병철의 플뢰레 동메달을 시작으로 2일 김지연의 사브르 금메달과 정진선의 에페 동메달, 3일 여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 그리고 4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그리고 5일 마지막 신아람의 에페단체전 은메달까지 닷새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2 은1 동3, 역대 최고성적으로 세계 최강 이탈리아(금2 은2 동2)에 필적하는 성적을 거뒀다. 유럽의 중심에서 펜싱코리아의 위용을 떨쳤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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