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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혁(27·강원도청)의 올림픽 2연패가 부상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그는 팔꿈치 관절이 틀어지는 순간까지도 바벨을 놓지 않았다.
사재혁이 뼈가 빠지는 순간까지도 바벨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부상으로 보낸 세월을 보상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재혁은 별명이 '오뚝이'다. 부상을 딛고 일어난 '인간승리'의 아이콘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77㎏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사재혁은 2010년 5월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용상 211㎏을 들어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세계 최정상 자리는 그의 어깨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다. "역도가 참 쉬웠다"며 방심을 한 순간 시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왼쪽 어깨 힘줄이 끊어지며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운동 선수는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부상을 경계하라'는 스포츠의 진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13개월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섯번째 부상이었다. 그는 이전에 왼쪽 어깨 힘줄과 인대(파열), 오른쪽 쇄골(골절), 오른 팔목 인대(파열), 오른 무릎 인대(파열)를 다쳤다. 몇 차례 몸에 칼을 대고도 플랫폼에 다시 섰다. 그러나 어깨 힘줄을 핀으로 고정한 후 강도 높은 재활훈련을 지속했지만 회복이 늦어졌다. 은퇴를 결심하고 3개월간 태릉선수촌을 떠났다. 술과 함께 보낸 세월이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다 문득 그는 깨우쳤다. 바벨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는 순간의 희열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이형근 남자 대표팀 감독은 고민 끝에 돌아온 그를 웃으면서 받아줬다. 시련을 겪은 '천재 역사'는 달랐다. 한달간 쉬고 나간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불과 11㎏ 근접한 기록을 냈다. 올림픽 2연패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하는 것이 내 최대 무기이자 장점"이라던 강한 의지가 그의 도전을 가로막았다. 고통 속에 플랫폼을 떠났고 올림픽 2연패의 꿈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팔이 빠지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그의 도전 정신은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