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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한 뒤에 스테이크 10장을 더 먹는다. 야식으로 라면 3개를 더 먹는다."
그를 다시 붙잡은 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20년 유도 인생에서 올림픽 출전 한번 하지 못하고 도복을 벗는 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다. 2008년 12월, 6개월의 방황을 끝내고 그는 다시 매트에 섰다. 공백은 크지 않았다. 실력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2009년 1월 파리그랜드슬램에서는 김재범(런던올림픽 남자 81㎏이하급 금메달리스트)을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2010년 말 부상으로 체중이 불자 그는 마지막 꿈이었던 올림픽을 위해 중대 결심을 했다. 오직 올림픽 출전을 위해 81㎏급에서 90㎏급으로 체급을 올리기로 했다.
이때부터 자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비교적 단신(1m76)인 그는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몸집을 키워야 했다. 그러나 81㎏의 몸무게를 90㎏로 늘리기란 쉽지 않았다. 먹고 또 먹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훈련으로 진이 빠진 상태에서도 평소 싫어하던 햄버거를 입에 물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스테이크 10장을 꾸역꾸역 먹어야 했다. 살기 위해, 그리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을 위해 먹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그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 양은 2만㎉에 가까웠다. 일반인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양에 10배에 해당한다. 찌운 살을 근육으로 바꾸기 위한 '지옥 훈련'도 이어졌다. 평소 보다 두 배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에 몰입했고 피 말리는 노력끝에 근육질 몸매가 완성됐다. 몸무게는 88㎏까지 늘었다. 1년간 먹고 들고 메친 노력 끝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밟는 영광의 날이 찾아왔다. 나이를 감안하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런던이었다.
결승은 마지막 고비였다. 송대남은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에서 열린 90㎏이하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 곤잘레스 애슐리(쿠바)를 맞았다. 업어치기가 주특기인 그는 똑같이 업어치기로 경기를 운영하는 상대와 최후의 힘대결을 펼쳤다. 5분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연장전(골든 스코어)이 시작되자마자 송대남은 기습적인 발뒤축 감아치기 절반승을 따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부모님 앞에서 당한 패배로 잠시 매트를 떠났던 송대남은 이제 부모님 앞에 당당히 서게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세계 최강자의 이름으로….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