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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이 있는 현장이면 어디든 달려오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한국어-영어 통역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선수단과 취재진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투입된다. 유창한 영어와 한국어로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가운데 통역봉사자의 경쟁률은 상당히 치열했다. 무엇보다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최고 수준의 통역 요원을 원했다. 지원한 사람들은 까다로운 인터뷰 과정을 거쳐야 했다. 어학은 기본이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사람을 원했다. 여기에 상황 해결능력도 필요했다. 회사 취업 인터뷰 같았단다.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을 제시하고 리더라면 어떤 해결책을 낼 것인가는 질문 등 난해한 것들이 많았다. 전문 통역 자원봉사자들은 이같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인재들이다. 현재 8만명의 자원 봉사자들 가운데 한국인은 40여명 선. 이 가운데 실내 종목이 몰려있는 엑셀에는 10여명의 한국인 통역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런던정경대를 막 졸업한 이경진씨는 "너무나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 그래서 뿌듯하다"고 했다.
선수들을 세계에 알리는 것에 보람
자원봉사자답게 보수는 없다. 올림픽기간 런던 내 대중교통수단을 마음껏 타고 다닐 수 있는 오이스터 카드(교통카드)와 하루 한끼의 식사만 제공될 뿐이다. 보수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올림픽을 직접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서를 내게 됐다.
지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우선 경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유명 선수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특히 선수들의 사연이 자신의 입을 통해 전세계로 나갈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고. 실제로 임지현씨는 31일 열린 여자 펜싱 신아람 1초 사건 때 외신 기자들의 통역을 맡았다. 임씨는 "그날 경기가 끝나고 외신에 실린 기사들 가운데 내가 통역해준 부분이 있는 것을 봤다. 한국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상당히 기뻤다"고 말했다.
대견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20대 초반의 어리고 순진한 여학생들이기도 했다. 1일 최병철이 한국 펜싱 선수단 처음으로 메달을 땄다. 언론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들이 많이 빠져나가자 이들은 서로 최병철과 기념 촬영을 하기에 바빴다. 이들은 "멋진 선수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정말 이번 올림픽은 내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