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D-45]男탁구대표팀,브라질로 부랴부랴 날아간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6-12 08:15


◇지난 3월 독일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주세혁이 득점에 성공하자 한국대표팀 오상은 유승민 유남규 전임감독 정영식(왼쪽부터)이 함께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지난 3월 독일도르트문트세계선수권 에서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임 감독이 오상은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상은 주세혁 김민석 유승민 유남규 감독.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런던올림픽 2번 시드를 향한 남자탁구대표팀의 뒷심이 무섭다.

10일 국제탁구연맹(ITTF) 일본오픈을 마치자마자 11일 밤 지구 반대편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다. 13일부터 시작되는 브라질오픈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브라질행은 10일 밤 전격결정됐다. 비행기표를 부랴부랴 확정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은 "일본오픈 결과에 따라 브라질월드컵 참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언했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독일과의 치열한 2번 시드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찬스를 잡았다. 총력전을 선언했다.

한국-독일 '런던 2번 시드 전쟁'

런던올림픽 탁구 단체전 시드 배정은 ITTF 7월 랭킹에 준한다.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남자탁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기필코 메달색을 바꾼다는 각오다. '세계 최강' 1번 시드 중국과의 만남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2번 시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팀 랭킹 산정은 단순한 랭킹포인트 합산이 아닌 각국 에이스들이 랭킹순으로 가상대결을 펼치는 시뮬레이션 방식이다. 독일-한국-일본이 불꽃 튀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팀 랭킹 3위인 한국은 일본오픈에서 독일의 티모 볼(세계 6위), 드미트리히 옵차로프(세계 16위), 파트릭 바움(세계 22위)을 밀어내고 2번 시드를 확보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32강전에서 '세계 120위' 정영식(20·대우증권)이 '독일 톱랭커' 티모 볼을 꺾어준 것(4대3 승)이 결정적이었다. '세계 6위' 티모 볼의 7월 순위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고의 호재다. 마침 주세혁(세계 10위·삼성생명) 오상은(세계 12위·대우증권) 유승민(세계 16위·삼성생명) 등 '런던행 삼총사'가 보란듯이 8강에 올랐다. '톱랭커' 주세혁과 티모 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오상은이 단식 결승에 오르며 옵차로프와의 격차를 벌렸다. 10일 밤 결승전에서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 준(세계 7위)을 꺾었다면 곧바로 2번 시드를 확정지을 수도 있었다. 시소게임 끝에 2대4로 패한 준우승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미즈타니 준의 우승에 고무된 일본은 체력 부담이 큰 브라질오픈 출전을 전격취소했다. 독일은 아예 출전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은 출전 강행을 결정했다. 오상은, 주세혁이 4강 이상 오를 경우 2번 시드가 확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 독일, 일본 등 강호들이 불참하는 대회인 만큼 가능성은 매우 높다. '2번 시드' 올인이다. '맏형' 오상은은 "마지막 기회가 왔다. 기회를 살려내야 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런던 베테랑 삼총사'의 힘을 보여줘

지난 5월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런던행 삼총사'는 의외로 부진했다. 올해 초 승승장구하며 세계랭킹 5위까지 올랐던 '수비의 신' 주세혁은 '봉와직염(부종과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 세균감염증)'으로 아예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오상은은 남자단식 1회전에서 탈락했고, 유승민은 16강에서 숙적 왕하오에게 무릎을 꿇었다. 남자복식 8강전에서 후배 김민석-정영식조에 패하고 돌아온 오상은-유승민을 유 감독이 불러세웠다. '46세 현역'으로 눈부신 투혼을 보여준 스웨덴 에이스 요르겐 페르손의 근성과 열정을 언급하며 강하게 질책했다. 당시 유승민은 "후배들 몫까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런던행이 결정된 후에 심리적으로는 훨씬 힘들다"면서도 "주세혁, 오상은, 유승민이 괜히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아니다. 믿고 지지해주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 응원해달라"며 자신감을 피력했었다.

일본오픈에서 '베테랑 삼총사'는 나란히 8강에 오르며 회복세를 보여줬다. 특히 오상은은 대우증권 입단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파워풀한 포핸드드라이브와 탄탄한 수비벽은 변함없이 '월드클래스'였다. 지난 연말 KGC인삼공사 해고 사태 이후 슬럼프를 훌훌 털어냈다. 우려를 자아냈던 오상은-유승민 복식조도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오상은은 "셰이크핸드(오상은)와 펜홀더(유승민)의 조합이 처음이라 적응이 어려웠다. 서로를 잘 알고 경험이 많은 만큼 남은 기간 잘 맞춰나가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브라질오픈에서 '베테랑의 저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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