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김선생' 김연아, 진짜 선생님 되던 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5-08 12:06 | 최종수정 2012-05-08 12:06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고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교생실습을 시작 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김연아는 오늘부터 4주 동안의 교직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첫 날,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김연아의 교생실습 과정을 1시간 동안 언론에 공개 했다. 회당기념관 도서관에 모인 학생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연아.
역삼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2012.5.8

"점프 중 악셀이 왜 악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

'피겨퀸' 김연아 교생선생님(23·고려대)은 첫 수업이었음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월드챔피언' 김연아는 8일 서울 역삼동 진선여자고등학교 2학년 11반 교생선생님으로 첫 실습을 나섰다. '강심장 김선생'답지 않게 어색한 표정을 지었던 김연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 포스'를 풍겼다. 짙은 정장 바지에 흰색 카디건으로 연출한 김연아의 '선생님 패션'도 그녀만의 '선생님 간지'를 돋보이게 했다.

김연아는 이날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은 '피겨스케이팅 이론'이다. "조금 더 피겨에 대해 자세히 알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피겨스케이팅의 정의와 스케이트화의 구조, 점프의 종류 등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언니 이뻐요", "언니 얼굴 작아요"라며 김연아를 연예인처럼 바라보던 학생들은 진지한 강의에 진짜 수업 태도로 임하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며 호흡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악셀 점프에 이름이 왜 악셀인줄 알아요?", "처음 시도한 사람의 이름을 딴거 아니에요?", "찍어서 맞춘 것 아니에요?" 교실은 계속 웃음꽃을 피웠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고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교생실습을 시작 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김연아는 오늘부터 4주 동안의 교직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첫 날,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김연아의 교생실습 과정을 1시간 동안 언론에 공개 했다. 회당기념관 도서관에 모인 학생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연아.
역삼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2012.5.8
김연아가 직접 신던 스케이트화를 꺼내자 학생들의 눈빛이 더 초롱초롱해졌다. 김연아는 자신의 스케이트화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연아가 스케이트화를 드는 순간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학생들이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놀란 김연아가 당황스러워하자 학생들이 "언니 눈부셔요", "언니 방해하지 마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의 마음에 이내 김연아도 감동한 눈치였다.

점프 자세를 설명할때는 "한 번 해봐요"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김연아는 맨바닥에서의 시범을 어색해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보여줬다. 몸과 말로 표현이 안되는 부분에서는 직접 준비해 온 영상을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올림픽 당시 화면과 참가했던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서의 모습을 보여주니 학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저게 악셀이라는거지?" "저 점프가 몇바퀴라고 했더라?" 학생들은 화면을 보며 배운 내용을 복귀했다. 김연아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수업을 마친 김연아는 "처음 출근해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해봤는데 많이 긴장됐다. 두서없이 말했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수업이 되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 이미지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고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교생실습을 시작 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김연아는 오늘부터 4주 동안의 교직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첫 날,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김연아의 교생실습 과정을 1시간 동안 언론에 공개 했다. 회당기념관 도서관에 모인 학생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연아.
역삼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2012.5.8
수업을 들은 11반 학생들은 김연아 선생님의 강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유진 학생은 "실제로 보니까 더 이쁘다. 수업도 너무 재밌었다. 보통 선생님처럼 잘 지내고 싶다"고 했고, 김연주 학생은 "오기 전부터 들떠 있었는데 직접 강의를 들으니까 더 좋다. 보여준 스케이트도 신기했다"며 웃었다. 11반 담임이자 김연아의 지도교사인 김승일 선생님도 "세계적인 선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영광이다. 앞으로 4주 간 옆에서 지도해야 하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보름 전 학교를 방문해 이것저것 질문하는 모습에서 열의를 느꼈다. 학생들의 안전사고까지 염려하는 세심함을 보였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한편, 김연아의 방문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 선생님들까지 몰려들었다. 김연아는 수업 후 다른 문으로 빠져나갔지만, 전교생이 쏟아져 나와 그녀를 기다렸다. 김연아는 안전사고 등을 고려해 학교측과 협의 후 다음 수업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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