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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광저우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요정' 손연재(17·세종고)를 만나러 간 자리에도, 올 여름 발목 부상중인 신수지(20·세종대)를 만나러 간 자리에도 언제나 김윤희(20·세종대)는 그곳에 있었다. 연습을 끝낸 후면 늘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12월 초 태릉선수촌에 김윤희를 만나러 갔다. 신수지도, 손연재도 없었다. 프레올림픽 선발전에 나선 김윤희는 '나홀로' 외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1년 선배' 신수지가 떠난 리듬체조계에서 김윤희는 대학부의 유일한 선수가 됐다. 발목 인대가 늘어난 탓에 약식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고난도 점프는 뛰지 못했지만 조용히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단체전 선수 선발을 위해 태릉선수촌에 모인 중학교 선수들이 선망의 눈으로 국가대표 김윤희를 바라봤다. 김윤희는 "저도 저럴 때가 있었죠"라며 웃었다.
김윤희는 1월16일부터 사흘간 런던 오투아레나에서 열리는 프레올림픽에 출전한다. 출전 엔트리 24명 중 5위 안에 들어야만 런던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동구권 리듬체조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평생 치렀던 그 어떤 대회보다 '좁은 문'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세종고 체육관에서 김지희 국가대표팀 코치, 러시아 코치와 함께 매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씩 땀을 쏟아내고 있다. 다시 '외롭고 높고 쓸쓸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