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이변의 달인 성지현 소박한 꿈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2-15 13:48


11일 빅터코리아 그랑프리골드에서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성지현(왼쪽)이 금메달을 수여받고 있다. 화순=최만식 기자


"아버지께 안마의자 드리고 싶어요."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희망 성지현(20·한국체대)은 요즘 쑥쑥 성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끝난 2011 화순 빅터코리아그랑프리골드 대회에서 중국의 강호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9월 대만오픈에서 국가대표 데뷔(2009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 배드민턴에서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유독 재미를 보지 못했던 여자단식에 서광이 비치는 게 아니냐는 희망이 부풀었다.

그런 성지현(세계 12위)이 14일 시작된 2011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슈퍼시리즈 마스터스 파이널에서 희망을 더욱 밝게 했다.

A조 리그 1차전에서 세계 1위인 왕이한(중국)을 상대로 2대1(13-21, 21-16, 21-19)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성지현은 '이변의 달인'으로 통했다.


지난 2009년 8월 마카오오픈때 최연소 여고생 국가대표이던 성지현은 당시 세계 1위 저우미(홍콩)를 꺾어 배드민턴계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로부터 5개월 뒤 한국에서 코리아오픈이 열리자 세계랭킹 58위였던 성지현은 2009년 이 대회 챔피언이었던 티네 라스무센(덴마크)을 16강전에서 탈락시키며 주변을 또 놀라게 했다.

올들어서도 이변 행진을 계속했다. 코리아오픈(1월) 8강전에서 세계 1위 왕신(중국)을 물리치며 결승까지 진출했고, 스위스오픈(3월)에서는 세계랭킹에서 11계단 높은 독일의 줄리아네 셴크(당시 세계 8위)를 2대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성지현은 아버지 성한국 국가대표 감독(48)과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48)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다. 성 감독과 김 교수 모두 1980∼1990년대 세계 정상급 배드민턴 선수였다.

아버지 성 감독은 딸의 승승장구 비결을 어떻게 분석할까. "유리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공격 성향을 높이라고 주문했는데 한결 좋아진 것 같다"고 성 감독은 말했다. 그동안 성지현은 어린 나이 때문에 여자선수로는 뛰어난 체격(키 1m76, 몸무게 56㎏)을 가지고도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2년간 집중조련을 받은 끝에 타점 높은 곳에서 내리찍는 공격력과 순간 이동 스피드가 한층 좋아졌다. 성 감독은 "스트로크도 안정되는 등 전체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데 차분해졌다"며 어럽게 딸을 칭찬했다.

이쯤되면 한국 배드민턴 성지현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권 이변을 일으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성지현의 당장 이루고 싶은 소망은 보름 뒤 한국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이다. 올해 이변 행진을 하다가 4강에서 덜미를 잡힌 뒤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펑펑 울었던 성지현이다.

성지현은 "경기에 이겨도 야단치시는 아버지 덕분에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고생하시는 아버지께 안마의자 하나 장만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웬 안마의자? 코리아오픈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부상이 안마의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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