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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요리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라경민은 3일 오전 서울 리버사이드호텔 6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스티브 최의 눈높이 별난 요리교실'에 수강생 자격으로 참가했다.
한국명이 최세영인 스티브 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유명한 일식 요리 전도사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골프 해설가로 한국과 미국에서 이름을 떨친 뒤 일식 요리를 접하게 되면서 스시의 '달인'으로 변신했다. 지난 2008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명품 일식 별난 요리 강좌'를 시작한 그는 불과 1년 만에 159회의 강좌를 통해 4000여명의 수강생들을 길러내는 등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미국과 캐나다에 초밥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컨설팅 전문기업 대교 CSA의 초청으로 국내에서 특별 강좌를 열게 됐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라 감독은 앞다퉈 신청을 냈다. 혼합복식 파트너였던 김동문과 결혼한 지 어느덧 6년째, 캐나다에서 남편의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하며 두 자녀를 키운 그녀가 웬만한 요리는 척척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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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라 감독이 단순히 식단에 올릴 수 있는 메뉴 하나 더 추가하자고 초밥 요리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진한 후배사랑이 숨어 있었다. 올해부터 여자 실업배드민턴팀 대교눈높이를 지휘하고 있는 라 감독은 후배이자 제자들에게 초밥 잔치를 베풀어 주고 싶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배드민턴단 숙소와 경기도 구리 자택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라 감독은 합숙생활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늘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현역 시절 각종 국내-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1년에 200일 이상 집을 떠나야 했던 라 감독은 객지생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가끔 제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외식을 하며 단합대회를 하기도 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라는 게 대부분 거기서 거시다. 특히 주부생활을 겸하고 있는 라 감독의 입장에선 식당 음식이 딱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때마침 지난달 제92회 전국체전을 끝낸 터라 잠깐의 여유가 생겨 후배들에게 '엄마손'의 솜씨로 푸짐하게 먹이고 싶어졌다. 공교롭게도 후배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초밥이니 안성맞춤이다.
이날 신부수업을 받는 새색시의 심정으로 정성스럽게 초밥 비법을 전수받은 라경민은 "맛이 어떨지는 사실 책임못지겠다. 혹시 후배들이 맛이 부족하다고 하면 나중에 다시 배우겠다"며 활짝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