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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코리아 그랑프리 개막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국내 F1 전문가들은 이번 코리아 그랑프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대회 개막 10일을 앞둔 4일 스포츠조선 회의실에서 탤런트 겸 연예인 레이싱팀 알스타즈를 이끌고 있는 이세창 감독, MBC스포츠+ 윤재수 F1 해설위원, 모터스포츠 웹진 지피코리아 김기홍 편집장, TV조선 문화스포츠부 이명진 기자(전 MBC스포츠+ F1 캐스터) 등 4명과 함께 코리아 그랑프리 개막 기념 좌담회를 가졌다.
진행·정리=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코리아 그랑프리 개막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F1을 많이 접해본 전문가분들의 눈에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 우선 F1과의 인연을 얘기해주시죠.
이세창 감독(이하 이 감독)=98년 호주 그랑프리에서 처음으로 F1을 접했죠. 당시 F1은 전혀 문외한이었어요. 그래서 결선 스타트가 시작된 후 10여분 정도 경기를 지켜본 것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대신 서킷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니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서,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 재밌게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윤재수 위원(이하 윤)=어릴적 자동차 공학 원서를 끼고 다닐 정도로 차에 관심이 많던 친형이 F1 얘기를 지겹도록 많이 했죠. 해외 스포츠 케이블TV로 90년대 초반 F1을 접하다가 아일톤 세나라는 드라이버를 보면서 관심이 다시 생겼고, 레이싱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좀 더 잘하려다보니 모터스포츠를 파고 들게 됐죠. 결정적으론 2005년 일본 그랑프리에서 키미 라이코넨(당시 맥라렌)의 레이스를 지켜보며 F1에 완전 홀렸습니다.
김기홍 편집장(이하 김)=모터스포츠 사진도 찍고 자동차 레이서로 직접 경주에 참가하면서 드라이버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2005~2006년 월드챔피언인 페르난도 알론소(당시 르노)를 밀착 취재하면서 F1의 매력을 새삼 알게 됐죠.
이명진 기자(이하 이)=스포츠 케이블 방송국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2004년부터 F1을 간혹 중계하는 수준이었는데, 2008년 하이드펠트(당시 BMW팀)가 F1 머신으로 서울 도심을 질주하는 것을 직접 본 후 F1에 대한 생각이 싹 바뀌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중계를 할 때는 엔진 소음이 모기소리 같지만, 직접 들었는데 전율이 끼칠 정도였죠. 일종의 충격이었습니다.
-F1과의 첫 만남은 각자 다르군요, 그럼 한국팬들에게 여전히 F1은 생소한데 코리아 그랑프리를 재밌게 즐기는 노하우가 있다면?
이 감독=이 기자가 얘기했듯 '소리를 보러간다'는 얘기를 실감하실 수 있죠. F1은 드라이버의 동작이 보이지는 않지만 엔진 소리로 머신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주법 등을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코너 스탠드에 앉기도 합니다. 스타트 할 때 24대의 머신이 한번에 뿜어내는 정말 아름다운 소리 하나만으로도 F1 경기장에 갈 충분한 이유가 돼죠.
윤=지난해 코리아 그랑프리에 F1에 문외한인 부인과 처제를 데려가 머신과 드라이버 구분법 정도만 가르쳐 줬는데요, 예선이 끝난 후 처제가 마크 웨버(레드불)의 엔진 소리가 유독 맑았다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웨버만 그날 새로운 엔진을 썼더군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처럼 그냥 느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이번 F1 티켓으로 K-POP 콘서트와 광주전남지역 관광지 무료 입장 등 혜택이 많더군요. 남도의 가을을 즐기러 가족 소풍을 떠난다는 기분으로 다녀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F1 레이스를 보너스로 생각하는 것도 좋겠죠.
-그럼 코리아 그랑프리의 개최가 이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감독=너무 F1 자체에만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레이서로 뛰면서 새삼 느낀 것은 서킷에 들어서면 룰에 순응한다는 거죠. 산업 규모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자동차 문화는 선진국 수준이 아니잖아요. F1을 보면서 소비자들의 안목도 높아지고, 자동차 문화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 봅니다. 일본도 60년대부터 F1을 개최하면서 초반 5년간 적자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자동차 산업이나 문화에서 대표적인 선진국이 됐잖아요.
김=일본에선 바이크 폭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킷을 지어 이를 긍정적으로 흡수한 측면도 있죠. F1을 보면서 섬세하고 안전한 운전 테크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윤=F1이 세계 모터스포츠 최고봉이잖아요. 최고의 경기를 계속 보면서 분명 규칙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세계 유수 보험사들이 F1 스폰서로 참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겠죠. 자동차 산업으로 국부가 창출되는 나라이니, 정부에서도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스포츠 캐스터를 하면서 느낀건데 한국에서 프로야구를 제외하곤 스포츠가 자생할 여력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F1도 순수한 모터스포츠로 포지셔닝하기에는 쉽지 않고 설득력도 떨어지구요. F1이 단발 이벤트가 아니기에 특별한 이미지를 줘 계속 보게하는 동시에 산업적인 파급효과와 잘 연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코리아 그랑프리가 올해를 포함해 6년간 더 열리는데요, 향후 과제는 뭘까요?
이 감독=머신의 원리를 몰라도 F1을 즐길 수 있듯 너무 레이스 위주로만 어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테마파크에 놀이기구, 퍼레이드, 먹거리 등이 버무려 있듯 코리아 그랑프리에서도 더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어디든 레이스를 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 필요가 있죠.
이=VIP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F1을 보고 왔다는 사실 하나로 뿌듯함을 줄 수 있도록 격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