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제언 2 운동장으로 나가야 경쟁력이 생긴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9-05 16:01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대구지역 초·중·고교생들에게 주목해 보자. 이들은 대회 개막과 동시에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반강제적 동원에 가까웠다. 현장학습을 내세운 '꿈나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늘도 없는 관중석에서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견뎌냈다. 전시행정의 전형적인 폐해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볼트처럼 될래요. 육상 직접 보니 재미있어요." 대구스타디움에 동원된 한 초등학교 4학년생의 말이었다. 이쯤이면 절반의 성공이다. 육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총성보다 먼저 튀어 나갈 경우 부정출발로 인해 더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 관심들이 이젠 학교체육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교실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운동장에서 나가야 한다. 한국 육상의 미래는 운동장에서 꿈을 키워야 한다.

현실은 참혹한 수준이다. 학교 체육시간이 위협받고 있다. 체육수업은 더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변질되고 있다. 체육과목의 의무교육시간은 초·중학교가 3시간(중학교 3학년 2시간), 고등학교 2시간(3학년은 선택)으로 정해져 있다. 이조차 자율학습 시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경기도 평택의 여중생 김모양(15)은 "체육시간에도 달리기는 없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수행평가 연습만을 한다. 시험이 다가오면 체육시간은 자율학습으로 대체되는 게 대부분이다"고 했다.

육상 꿈나무들의 수가 현저히 줄고 있는 것도 학교 체육시간의 축소가 만들어낸 현주소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고등학교를 살펴보면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2학년부터는 체육과목을 선택교과로 개설한다. 2010년 서울교육청에서 조사한 체육교과 개설 현황을 보면 고등학교 2학년이 85.7%, 3학년이 67.2%다. 하지만 실제로 체육교과를 선택한 학생의 수요도와 비교하면 7~8%이상 낮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비만과 약골로 대변되고 있다. 2009년 학생 신체능력검사 급수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의 45%가 체력 최저 등급을 받았다.

육상의 발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체력을 위해서도 체육활동은 중요하다. 꾸준한 신체활동은 건강체력 증진은 물론 정서 순화와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활동임이 국내외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는 학생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향후 소요될 막대한 사회적 의료비용 감소 및 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 진흥을 위해 힘써왔다. 1966년 전국체육대회 기념사에서 언급한 "강인한 체력은 바로 국력이다"라는 문구는 시대를 관통하는 슬로건이 됐다. 시대는 변했지만 뜻에는 변함이 없다. 쉽게 말해 공부할 체력도 운동장에서 기른 체력이 바탕이 되야 한다. 일할 체력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국제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겠는가. 한국 육상의 발전과 국제경쟁력이 학교 체육 운동장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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