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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피스토리우스, 감동 안긴 아름다운 도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8-29 23:18


그는 최선을 다했다.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남자 400m 준결선 경기에 출전한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골인해 기록을 확인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46초19로 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도전'의 아이콘,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의 첫 메이저무대(세계선수권, 올림픽) 400m 도전은 준결선에서 멈췄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다리절단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스토리우스의 끝없는 도전은 전세계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회 출전 이전부터 난관에 부딪쳤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고 일반인과의 당당한 경쟁을 해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에 이어 메이저무대 삼수에 도전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 번째 난관은 기록이었다. 대회 직전까지 세계선수권 출전이 가능한 A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달 20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대회에서 종전 개인 최고기록인 45초61을 0.54초나 앞당기며 45초07로 결승선을 통과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냈다. 또 다른 난관은 의족논란. 2008년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간 끝에 어렵사리 비장애인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냈지만 의족이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준다는 의혹의 눈길이 그를 괴롭혔다.

모든 의혹과 역경은 한 순간 눈녹듯 사라졌다. 당당히 실력으로 승부했다. 28일 열린 예선에서 다리가 정상인 일반인들과 똑같이 달려 45초39로 3위를 기록했다. 출전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피스토리우스는 예선 통과가 힘들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일반인과 동등하게 대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예선을 통과한 뒤 "오랫동안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게 목표였다. 정말 최고의 경기였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현실을 직시했다. "준결선에서는 더 빠른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29일 열린 준결선에서 그의 기록은 46초19. 조 최하위였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의 흥행카드로도 급부상했다. 레인에서 선 순간 육상계 최고의 스타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 못지 않은 플레시 세례가 터져나왔다. 그의 의족을 중심으로 그의 행동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관중들의 환호성도 여느 스타급 선수들에 뒤지지 않았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도 특급 대우를 받았다. 그를 취재하려는 수십명의 기자들을 위해 마치 기자회견을 하듯 마이크로 소감을 밝혔다.

결선 진출 실패 직후 자신의 기록을 한참 바라본 피스토리우스. 아쉬움이 역력했다. 관중들의 탄식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스토리우스는 다음달 4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해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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