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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파월, 하늘나라 형들 위해 달린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3:43 | 최종수정 2011-08-24 13:41


자메이카의 육상 스타 아사파 파월(왼쪽) 스포츠조선DB

스타트라인에서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은 조용하다. 장내 아나운서가 자신을 소개하고, TV카메라가 눈앞에 와도 심드렁하다.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자신만의 포즈를 잡는 것과 너무 비교된다.

이유가 있다. 6형제 중 막내인 파월은 2002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투어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10초 후반이던 기록을 초반으로 끌어올렸다. 관심이 쏟아졌다. 9초대 진입의 발판을 만들었다. 잘 나가던 때 시련이 찾아왔다. 2002년 형 중의 한 명인 마이클이 뉴욕 택시 안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자메이카 대표팀 선발전에 가다가 이 얘기를 들었다. 슬픔에 육상을 포기할까도 했다. 맏형 도노번이 그를 말렸다. 육상선수 생활을 했던 도노번은 파월의 롤모델이었다. 도노번은 "마이클도 네가 달리기를 원할거다"고 설득했다.

파월은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시련이 몰려왔다. 다른 형제인 본이 미식축구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했다. 정신적인 충격은 더 컸다. 모두가 걱정했다. 그 때 가족이 나섰다. 도노번을 비롯해 가족들은 파월에게 달려갔다. "네가 달려야 한다. 잘 달려서 우리에게 기쁨을 줘야한다. 달리는 것이 집에 틀어박혀서 슬픔에 질질 짜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달렸다. 하늘나라에 있는 형들은 파월에게 하나의 엔진이었다. 2005년 파월은 9초77을 뛰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2007년에는 9초74를 달려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IAAF 세계 육상 파이널에서는 4번 우승했다. 서브 텐(Sub 10 : 100m를 10초 이하 기록으로 뛰는 것)만 71회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다.

하지만 그 형들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었다. 큰 대회였다. 형들을 위해 달린다는 긴장감에 발이 느려졌다. 2007년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새가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형들을 위해 달리는 것이 엔진이었지만 동시에 족쇄였다. 형들을 위해 큰 무대에서 세계신기록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2008년 볼트가 9초72로 세계신기록을 다시 썼을 때 파월은 "내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을 볼트가 다 가져갔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뒤로 3년. 이제 파월은 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렸다. 형들을 위해 뛰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해 뛴다. 볼트에게 밀린 과거는 다 잊었다. 올해는 자신의 해다. 올시즌 파월은 9초78을 달렸다. 가장 좋은 기록이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몸을 끌어올렸다. 볼트는 9초88에 그쳤다. 볼트는 지난해 허리와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후유증이 있다. 파월의 우세를 점치는 외신들도 있다.

진중한 파월도 달라졌다. 파월은 22일 대구에 입성하며 "세계선수권대회는 모두가 우승을 꿈꾸는 대회다. 금메달을 딴다면 매우 기쁠 것이다.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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