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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 허공을 가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료들에게는 달리 불리고 있다.
"(육상대표팀) 오빠들이 '허공(허들 공주의 줄임말)'이라고 부르면서 놀려요. 부담스럽긴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시니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학생 시절 중거리 달리기에서 허들로 전향한 정혜림은 2005년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여자 허들의 '샛별'로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2006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트랙 선수 최초로 세계대회 준결선에 오르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성장세는 더뎠다. 2008년에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08년에 몸도 좋았고 한참 기록을 내고 있었는데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입으면서 일이 틀어졌어요."
넘어설듯 넘지 못하는 장벽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허들의 간판'인 이연경(30·문경시청)에 가려 2인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지난해 5월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13초13으로 한국 기록을 넘어섰지만 같은 대회에서 이연경이 13초03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빛이 바랬다. 야심차게 준비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13초57의 부진한 기록으로 예선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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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에 올랐지만 아직 세계무대에서는 갈 길이 멀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m 허들 결승 진출 한계선은 12초73. 정혜림의 개인 최고기록보다 0.38초나 빠르다. 전문가들은 스피드가 좋은 만큼 허들링 기술만 보완한다면 기록이 상당히 단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체공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정혜림은 "허들링에서 무릎을 위로 올리지 않고 앞으로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래야 점프 높이를 낮출수 있거든요. 12초대를 돌파하고 싶어요"라며 희망을 전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야말로 정혜림에게는 자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중요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혜림은 100m 허들 이외에도 100m 달리기와 400m 계주에 출전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