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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장대높이뛰기와 체조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8-09 16:02


도약하고 있는 최윤희. 고베(일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장대높이뛰기와 기계체조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종목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두 종목에 공중동작 포함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주 구간에서의 달리기, 장대를 박스에 꽂는 순간은 체조와 관련이 없지만 바를 넘는 순간은 체조에 가깝다. 육상 관계자들은 공중동작에 따라 같은 높이로 도약해도 바를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높이 뛰오 오른 선수들이 공중 자세가 무너지며 바를 건드려 실패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양한 힘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장대높이뛰기는 육상의 오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장대높이뛰기와 체조 종목과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한국도 후발주자로 연구에 착수했다. 수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장대높이뛰기 선수들도 체조적 기술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분위기는 무르 익었다.

한국 육상은 대구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10-10 프로젝트(10위 이내 입상 종목 10개 이상 배출)'를 목표로 해외 유수 지도자를 영입했다. 장대 높이뛰기에도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를 가르쳤던 아르카디 시크비라(우크라이나) 코치가 대표팀 코치로 임명됐다. 그리고 시크비라 코치가 한국에 오자마자 기계체조 훈련을 도입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쉽지만은 않았다. 선수들이 새로운 공중동작 자세를 익히는데 애를 먹었다. 이 뿐 아니라 장대를 꽂는 순간부터 도약까지의 자세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반신반의했다.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년간 부진의 늪에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빠졌던 최윤희(25·SH공사)가 지난 6월 26개월만에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임은지(22)가 2009년 4월에 세운 4m35를 5cm를 경신 한 것. 최윤희는 한국기록을 경신한 후 시크비라 코치와 러시아 유학파 정범철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두 코치는 지난해 초부터 한국기록을 경신하기까지 1년 6개월간 최윤희 '개조 프로젝트'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체력과 속도가 부족하다고 진단한 두 코치가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공을 들였다. 장대를 폴 박스에 꽂는 순간 상체가 앞으로 쏠리던 기존 자세를 교정하자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육상 관계자들은 "공중 동작에서 안정감을 찾은 것도 한국기록 경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화려한 부활에 체조 훈련이 한 몫한 세이다.


세계적인 스타, '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 역시 체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장대높이뛰기를 시작하기 전 5세부터 15세까지 체조를 했다. 체조를 하며 익힌 유연함과 공중동작은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변신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재기를 노리는 이신바예바는 현재도 체조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신바예바와 최윤희는 오는 27일 개막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번째 대결을 펼친다. 5m06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신바예바와 4m40이 최고 기록인 최윤희의 기록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최윤희는 아시아기록인 4m64를 경신을 목표로, 오늘도 장대를 부여 잡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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