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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경보, 홈어드밴티지 얻을 유일한 종목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8-09 15:50 | 최종수정 2011-08-09 15:50


경보 대표팀이 강원도 고성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현섭 박칠성 변영준이 강원도 고성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고성=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육상 경기에서 심판의 영향력은 제한되어있다. 트랙에서 부정출발 여부를 판단하거나 도약에서 디딤판 파울을 판정하는 선에서 그친다. 때문에 육상은 심판 판정에 의한 변수가 가장 적은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심판의 영향력이 지대한 종목이 있다. 누가 빨리 걷느냐를 겨루는 경기, 즉 경보다.

경보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다. 한쪽 발은 무조건 지면에 붙어 있어야 한다. 또 전진하는 다리가 지면에 닿을 때 무릎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 1㎞ 구간은 왕복하는 경보 코스에 6~9명의 심판이 배치되어 규정 위반자를 잡아낸다. 각각 다른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3번 받으면 실격이다.

판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심판의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 홈어드밴티지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심판들은 개최국에 조금은 유리하게 판정하는 추세다. 경고를 줄 것도 안 주고 하는 식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20㎞경보에서 홈팀 그리스의 아타나시아 추메레카가 우승했다. 추메레카는 2003년 파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오른 것이 최고일 정도로 올림픽 이전까지 무명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5명의 선수들이 실격당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을 추월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아게임 당시 남자 20㎞에서 나섰던 박칠성(상무)이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석연치않은 심판판정으로 실격당한 경우도 있다. 당시 우승은 중국 선수가 차지했다.

이번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한국인 심판이 없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은 레벨3 심판이 나선다. 한국에는 레벨2(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장 가능) 심판만 있다. 하지만 홈팀에 어드밴티지를 부여했던 과거의 예를 봤을 때 이번 대회 역시 홈팀인 한국에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팀의 분석이다. 물론 실력도 뒤지지 않는다. 20㎞에 나서는 김현섭(삼성전자)은 올 시즌 세계랭킹 7위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우승후보 러시아 등 유럽 선수들이 아시아의 무더위에 약하다. 외부 환경과 선수들의 상승세, 보이지않는 심판들의 홈어드밴티지까지 더해진다면 사상 첫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메달 획득도 꿈은 아니라는 것이 육상계의 생각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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