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용수철 스타트, 턱걸이 훈련 덕봤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7-25 14:36


박태환은 24일 다들 불리하다고 했던 1레인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냈다. 이 경기에서 박태환의 '용수철 스타트'가 화제가 됐다. 기적의 첫 단추가 바로 용수철처럼 맹렬하게 튀어나가는 스타트 반응속도였다.

박태환은 주지하다시피 스타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15세에 최연소로 출전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했다. 한 토크 프로그램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그때로 꼽으며 화장실에서 엉엉 울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소년은 스타트 훈련에 밤낮으로 매달렸다. 그 결과 "이제 스타트만큼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있다"고 말할 수준에 이르렀다.

박태환의 스타트 반응속도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다. '삐' 소리와 함께 용수철처럼 반사적으로 튀어나간다. 여간해선 0.70초를 넘지 않는다.이번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도 그랬다. 박태환은 24일 중국 상하이오리엔탈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진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스타트 반응속도 0.64초, 결선에서 0.67초을 기록했다. 매번 8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빨랐다. 쑨양의 0.73초에 앞섰고 파울 비더만의 0.85초, 라이언 코크런의 0.90초에 비해선 월등하게 빨랐다. 25일 200m 예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0.64초의 박태환은 비더만의 0.77초, 마이클 펠프스의 0.72초, 라이언 록티의 0.66초보다 앞섰다.

반응속도는 순발력이다. 외부 자극에 얼마나 신경이 빨리 반응하느냐다. 박태환은 예민한 감각을 타고났다. 소리에 발빠르게 반응한다. 100m를 12초에 주파할 만큼 발이 민첩하다.

'용수철 스타트'는 타고난 순발력, 뛰어난 집중력 등 천부적 조건에다 혹독한 훈련의 산물이다. 스스로 "우량하다"고 표현하는 2m에 육박하는 톱 랭커들 사이에서 1m83의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0.01초라도 줄일 수 있는 건 다 시도했다. 신장과 부력 탓에 짧아질 수밖에 없는 잠영거리를 한발 빠른 스타트를 통해 극복하는 법을 일찌감치 체득했다.

원래 탁월했던 스타트 반응속도는 올해 상하이에서 더욱 빨라졌다. 0.67~0.68초를 오가던 반응속도는 0.6초대 초반으로 앞당겨졌다. 박태환은 "트레이너 선생님과 집중력, 근력 훈련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SK전담팀의 권태현 체력담당관은 "순간반응속도는 뇌에서 신경을 거쳐 근육이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후천적 훈련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근력 트레이닝과 신경 발달 운동을 병행했다. 부단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코어프로그램으로 최대 근력이 10~15% 증가했다. 신경 발달 운동도 습관처럼 해왔다. 예를 들면 턱걸이를 하다 불시에 박수를 치면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식의 훈련이다. 눈 감고 외발 들기 등의 평형성 운동 역시 스타트에 도움이 됐다. 마이클 볼 코치 역시 스타트가 몸에 익도록 스타트블록에서 뛰어내리는 연습을 일상화했다.

몸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스타트가 빠르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순발력과 집중력, 훈련량의 차이다. 1레인 공격적인 폭풍 스퍼트의 시작이 된 우월한 스타트 반응속도는 이처럼 부단한 노력 끝에 탄생했다.
상하이(중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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