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택시 드리벌' 유시어터서 공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4시 55분
연극계에 `리바이벌 바람'이 불면서 과거의 히트작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 장진이 쓰고 연출한 `택시 드리벌'도 연극팬이라면 기억할만한 작품 중 하나.
97년 대학로를 웃음바다로 만들며 장진을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택시 드리벌'이 28일부터 6월11일까지 서울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공연된다. 탤런트 유인촌이 이끄는 극단 유가 조광화의 `미친 키스'에 이어 마련한 고정 레퍼토리 개발 기획시리즈 2탄.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재기 넘치는 `장진 식 대사'와 스피디한 구성,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와 풍자가 3위1체를 이루고 있는, `한참 웃다가 가슴이 찡한' 코미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탤런트 겸 연극배우 권해효가 주인공인 서른 아홉의 노총각 기사 장덕배를 맡아 진한 페이소스가 남는 코믹연기를 펼친다.
드라마는 택시라는 좁은 공간을 무대로 장덕배의 내면세계와 외부세계를 양축으로 해서 펼쳐진다.
누군가 택시안에 놓고 내린 여성용 핸드백을 보고 주인을 상상하는 덕배. 뭉게뭉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죽은 첫사랑의 연인인 `화이'를 떠올린다. 실체가 아닌 환영을 꿈꾸며 마음의 안식을 얻는 그는 우리시대의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이어 그의 차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정신없이 등장한다. 까다로운 동네아줌마, 선글래스를 낀 정체불명의 사내들, 술주정하는 취객…. 그를 지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가 감당해야만 할 현실적인 존재들이다.
연출가 장진은 "IMF를 통과한 2000년이라는 시점을 감안해 손님들의 구성과 대사를 약간 수정했다"며 "찌들대로 찌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택시기사가 과거의 순수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소박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거대도시속에서 황폐화되고 있는 인간관계를 비판하면서도 인간적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구원의 여인 화이는 그 상징이다.
유인촌 권성덕 정규수 등 출연. (02)3444-0651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