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새얼굴은 많은데 쓸만한 신인이 없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50분
"어디 화끈하게 띄울 아이좀 없소？"
방송 연예가에서 새 얼굴을 찾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기대감과 안달은 요즘들어 부쩍 심해졌다는 느낌이다.
자고나면 새롭게 나타나는게 신인스타인데도 늘 "새 얼굴！ 새 얼굴！" 타령이다. 실제 새 드라마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오다가다 밟히는게 신인이다.
올봄 새롭게 단장한 KBS 2TV 청소년드라마 `학교'의 신인 오디션땐 수백명의 신인이 다녀가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연기자를 지망하는 신인이 그렇게 많은데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새 얼굴은 많아도 쓸만한 얼굴은 없다？
신인을 띄우는데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프로그램 연출자다. 물론 스타급 대신 신인을 기용했을 때의 위험성 때문에 아무나 발탁하지 않는다는 전제는 있다.
또 그런 신인을 일차적으로 발굴해 PD와 연결해주는 역할은 매니저 몫이다.
PD는 새 얼굴을 `간절히' 요구하고, 매니저는 운때가 맞으면 `대박'으로 키울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이래저래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
매니저들의 `신인찾기'는 거의 광적이다. 제대로된 `물건'만 찾아내면 우리 연예계 속성상 일순간에 바람을 일으키고 돈과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설픈 매니저가 길거리를 지나다 좀 반반한 얼굴이 눈에 띄면 앞뒤 분간없이 "딱 찾던 얼굴인데 연기한번 해볼 생각없느냐"고 명함을 내미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진다.
기존 스타급을 영입하면 일거에 방송가에서 `알아주는' 매니지먼트사로 부상할 수는 있다. 대신 엄청난 출혈을 각오해야한다.
작년말 탤런트 L양을 전속금 2억원에 영입했다가 투자비 회수는 커녕 거액의 고정지출만 떠안은 한 경험없는 30대 초반 매니저의 실패담은 유명한 얘기.
그래서 매니저들은 몇명 안되는 스타급에 목을 매느니 차라리 참신한 신인을 발굴해 키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타급든 신인이든 `운칠기삼'의 기존 연기자관리는 결국 뜬구름 잡는 일처럼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강일홍 연예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