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6)
기사입력 2000년 04월 10일 14시 36분
윤명훈과 남은희는 다음날 아침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눈을 떴다. 벌거벗은채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는 남은희를 윤명훈은 꼭 끌어안았다. 성욕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남은희의 몸을 구석구석 더듬었고 남은희는 몸을 비틀었다.
둘은 다시 몸을 섞었다. 한바탕 격렬한 유희를 즐긴뒤 사워를 하고 러브호텔에서 나왔다.
둘은 이렇게 맺어졌다. 남은희는 윤명훈을 놓칠새라 수시로 연락, 만났고 전영숙도 마찬가지였다. 윤명훈은 둘 사이를 오가며 데이트를 즐겼다.
윤명훈은 그러면서도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 채팅방을 찾았다. 이번에는 다른 채팅방을 들어가 보았다. 거기엔 `원조교제 미시방'이라는게 있었다. 클릭하자 남자들의 이름이 즐비했고 `만족한 성을 서비스하겠다'는 20대 젊은이들의 글이 죽 올라있었다.
윤명훈도 한마디 올렸다. `사이버 누님을 찾습니다'라고 띄우자 `선과은'이라는 여자로부터 귓속말이 들어왔다. 둘만의 대화가 시작됐다. 윤명훈은 `미국 유학생인데 여름방학 동안 사귀고 싶다. 취미가 스포츠이며 못하는 운동이 없다'고 말했다. 키 1@80의 건장한 체격이라는 얘기도 해줬다. 만나자는 약속이 이뤄졌다.
다음날 강남의 한 특급호텔 커피숍으로 나가 기다리자 종업원이 `윤명훈'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돌아다녔다. 윤명훈이 손을 들자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여자를 데려왔다.
윤명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쭉 빠진 글래머였다. 늘씬한 몸매에 몸에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마치 인어공주 같았다. 어안이 벙벙해 말도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는데 그녀는 검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처음 뵙겠어요"하고 인사를 하면서 윤명훈의 앞자리에 앉았다. 크고 맑은 눈동자 위에는 쌍꺼풀이 져 있었고 살며시 웃는 볼에선 볼우물이 살짝 파였다.
"미인이시네요."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훈씨도 미남이시네요."
둘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장미숙이라고 했다. 나이는 서른하나며 강남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다고만 했고 더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또 너무 깊이 알려고 하지 않기로 사전에 약속했었다.
둘은 찻잔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훈씨 차 가지고 오셨어요?"
"네."
"훈씨 차는 여기 두고 제 차를 타세요."
윤명훈은 장미숙을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그녀의 차는 검은 벤츠였다. 돈많은 영감의 세컨드로 술집을 차려 운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명훈을 태운 장미숙의 차는 올림픽대로로 빠져나와 미끄러지듯 달렸다. 차는 팔당대교를 건나 양평으로 향했다. 강바람이 차창으로 흘러들어와 강변의 정취를 한껏 만끽시켜줬다. 도로변엔 서구식 건물의 카페와 궁전같은 러브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장미숙은 윤명훈을 돌아보며 "훈씨, 오늘 스케줄은 내게 맡겨요"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윤명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미숙은 차를 한 카페의 널찍한 마당으로 몰고 들어갔다.
둘은 거기서 경양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부드러운 칵테일을 한잔씩 했다. 그리고 나와 차를 타고 조금 가다 러브호텔로 들어섰다. 종업원이 나와 차량 번호판을 가려줬다. 안으로 들어서자 종업원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 "어서 오세요"하고 맞았다.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탔다. 둘만의 공간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은 벽이 모두 황금빛으로 도색이 돼 있었고 둘을 거울처럼 비췄다. 장미숙의 늘씬한 몸매가 더욱 매혹적이었다. 윤명훈은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손을 뻗는 순간 장미숙은 "조금만 참아요"하며 가볍게 제지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