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는 '이모티콘'으로 통한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4시 14분
처음엔 무슨 모양인지 아리송하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무릎을 탁 칠만큼 그럴듯한 모양과 이야기가 보인다.
한마디로 기발하다.
N세대의 언어 `이모티콘(emoticon)'이 단순한 감정 전달 차원을 넘어 조크(joke)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모션(감정)과 아이콘의 합성어인 이모티콘은 컴퓨터 자판의 갖은 문자와 기호를 이용한 그림.
쑥쓰러울때는 (··;), 울고 싶을때는 (TT)로 표현하는 것으로 PC통신 채팅 등에서 시작된 컴퓨터 세대의 새로운 언어다.
얼마전까지 이모티콘으로 가능한 의미 전달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글로 쓴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이모티콘 조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모티콘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치열한 연구(?)가 이뤄진 결과다.
N세대들 사이에선 이모티콘을 잘 만드는 사람은 곧 센스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모티콘을 이용한 조크는 스토리가 아닌, 대상을 얼마나 비슷하게 표현했는가에 따라 수준이 결정된다.
실제 모습과 거의 같은 것은 일본 만화 캐릭터 짱구, 피카추, 미국 만화캐릭터 홉스 등.
따로 힌트를 주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문자와 기호를 절묘하게 조합해 놓았다.
원숭이의 경우에도 얼굴의 특징을 날카롭게 꼬집어내 기발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표정과 이미지가 다른 변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서세원이나 엄정화처럼 인물의 개성을 결정짓는 한 부분을 강조해 표현한 것은 비록 힌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재치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것은 조폭 시리즈, 해파리@오징어 시리즈처럼 여러개의 대상을 중첩되게 표현하는 스타일.
도리도리 테크노, 테크노 토끼 등도 같은 부류의 이모티콘 조크다.
이런 것들은 매우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조크를 읽었을 때처럼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든다.
호빵맨이나 슈퍼맨처럼 둔감한 사람은 얼른 알아보기 어려운 이모티콘도 있다.
장미, 사탕, 키스하는 연인, 키스하는 쥐 등은 `사랑한다', `키스하고 싶다' 등을 글로 쓸 때 갖게되는 쑥스러운 감정을 피할 수 있어 E@메일을 주고 받을 때 자주 이용된다.
한편 이모티콘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이동전화업체들도 이모티콘을 문자 메시지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장된 이모티콘을 골라보낼 수 있다.
또 새로운 이모티콘을 찾기 위한 공모행사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이모티콘은 더 기발해지고 표현 범위도 점점 더 넓어질 전망이다.
[송철웅 기자 simb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