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전쟁신 화면 압도 '태조 왕건'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55분
장대한 스케일과 힘있는 연출이 화면을 압도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웅장한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 뒤 말발굽 소리와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메아리친다.
`태조왕건'(극본 이환경, 연출 김종선)의 첫회는 궁예(김영철)가 대군을 이끌고 몰락 일로에 있는 신라의 철원성을 공략하는 장면.
애꾸눈에 백마를 탄 궁예에게선 카리스마가 넘쳐흐른다.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궁예는 철원성 성주에게 전령을 보내 항복을 권유하지만 화살을 맞고 시체로 돌아오자 "진군"을 명령한다. 깃발과 창을 든 병사들이 한데 엉키고 불화살이 빗발친다.
궁예는 외각방어선을 뚫고 마침내 철원성을 함락시킨다. 이순간 송악의 왕건쪽은 궁예에게로의 투항여부를 심사숙고한다.
`전쟁신'은 150회 동안 총 250억원의 제작비가 예상되는 `태조 왕건'의 대규모 스케일을 압축해 놓은 한 부분. 선이 굵고 힘찬 전형적 `남성 드라마'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첫회는 전쟁신에 치중, 단역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어수선하다는 느낌. 향후 스토리전개와 주요 인물구도에 대한 방향제시도 뚜렷하지 않다.
게다가 2회부터는 회상신으로 들어가 중심역들의 어린시절이 두달여간 그려진다. 최수종 김영철 서인석(견훤) 등은 6월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등장할 전망.
견훤과 궁예의 세력확장 속에서 왕건의 성장을 조명해 나가려는 게 제작진의 복안. 그런만큼 주요역이 빠져 있는 동안 시청자의 눈길을 어떻게 붙들지가 관건이다.
사극의 미개척지인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10년여간 `고려 시리즈'를 방송하는 첫 작품이란 점에서 `태조왕건'은 눈여겨 볼 만한 드라마임엔 분명하다.
[이유현 기자 you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