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몰상식 응원문화 '이젠 그만'
기사입력 2000년 03월 26일 15시 14분
출범 4년째를 맞은 프로농구의 응원 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체육관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선수들의 대형 사진을 걸거나 상대팀의 자유투 때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흔히 보는 매직풍선을 마구 흔들어 훼방을 놓기도 한다.
그러나 응원 도구가 다양해진 것과 달리 응원 수준은 여전히 `업그레이드'가 되지 못한 느낌이다.
SK가 챔피언결정전 1차전서 현대를 78대74로 꺾은 25일 대전 충무체육관.
현대 팬 20여명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에 타던 SK 서장훈(26)에게 동전과 귤, 빵봉지 등을 던졌다. 불과 몇초 사이에 `테러'를 당한 서장훈은 팔로 얼굴을 감싼 채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다.
이를 보다못한 SK구단 직원이 "대전 시민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며 소리치자 현대 팬들은 도망치다시피 뛰어갔다.
이날 서장훈은 정규 리그 때보다 코트 매너가 좋았다. 경기종료 3분전 5반칙으로 퇴장당했지만 애매한 파울이 선언됐을 때 오히려 웃음을 보일 만큼 여유로웠다.
정규리그 5라운드 대전 현대전 때 `우∼우∼'하는 집단 야유에 평정심을 잃었던 모습과 비교하면 훨씬 성숙된 모습이었다.
조성원이나 이상민이 청주에서 서장훈처럼 봉변을 당한다면 대전팬들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진정한 스포츠팬이라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은 버려야할 것이다.
[대전＝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