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진돗개 한-일 우정의 '가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15시 13분
특히 진돗개는 천연기념물이어서 해외반출이 어려운 데도 당당히 일본으로 건너간것.
나가시마시게오감독은 일본야구의 대명사로 전 일본인의 추앙을 받는 인물.
생후 4개월의 진돗개 '한국이'를 나가시마 감독에게 보낸 주인공은 한국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 회장 (애견종합병원장).
윤회장이 '한국이'를 기증하게 된 동기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지난 1월말쯤 일본 N-TV 제작진이 일요스페셜 '나가시마 카즈시게와 미야모토 가제로모의 서울 여행기'란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윤회장을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됐다.
리포터 나가시마 카즈시게씨(34)가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장남이었던 것. 나가시마 카즈시게는 2년여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생활을 끝으로 은퇴해 현재 TV프로그램 진행자와 야구해설가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스타.
아들을 통해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이 애견가인데다 예전에 진돗개를 키워 진돗개 사랑이 보통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윤회장이 챔피언 가문의 우수한 진돗개를 선물한 것.
당시 '한국이'를 선물받으면서 나가시마 카즈시게씨는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고, 윤회장은 "잘 길러달라"고 당부. 이 장면이 2월 6일 N-TV를 통해 방영될 땐 '나가시마 가족으로 결정!'이란 자막까지 덧붙어졌다.
하지만 한국이가 나가시마 가족이 되긴 쉽지 않았다.
김포공항의 동물검역소에서 '진돗개는 천연 기념물 (53호)이어서 해외반출이 안된다'며 반출을 막았던 것.
진돗개의 해외반출은 오래저부터 막혔던 것으로 그동안 수백마리의 진돗대가 미국, 일본, 중국 등지로 나갔지만 그때마다 진돗개의 순수혈통을 숨기고 잡종이란 뜻의 '믹스견'이나 '진돗개 믹스견', 한술더떠 일본 개인 '기쥬견'등으로 둔갑, 해외에 나갔던 것.
이런 관례는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이 로트 바일러, 푸들등의 견종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으로 해외수출하는 것과 정반대되는것.
윤회장은 끈질기게 문화재관리청에 문의 . OK를 받아냈다.
결국 '한국이'는 2월 17일 현해탄을 건넜다. 하지만 한창 시즌중이어서 바쁜 나가시마시게오 감독에겐 이달초쯤 전달됐다는 것이 일본 N-TV 관계자들의 말이다.
"3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진돗개는 용맹하고 깔끔한데다가 주인에게 충실하고 영리하다"는 윤회장은 "기회가 닿으면 세계 유명인에게 진돗개를 선물해 진돗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순 기자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