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라인] 최용수 또 빼앗긴 '연봉킹'
기사입력 2000년 03월 19일 14시 27분
김도훈(30．전북)의 연봉 3억원 발표가 나던 지난 17일 `독수리' 최용수(27．안양)는 망연자실했다. 속담대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서일까? 아니다.
프로에서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는 `돈'. 지난해 잉글랜드 이적 파동과 부상으로 제 몫을 다하진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최용수는 국내 최고 스트라이커다. 따라서 프로축구 최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최용수의 숨길 수 없는 바람이었다.
지난해 초 최용수는 구단에 최고 대우를 요구했다. 몇번의 실랑이 끝에 최용수가 사인한 금액은 2억1000만원. 당시까지만 해도 프로축구 최고였다. 하지만 며칠 후 `꽁지머리 GK' 김병지(30．울산)가 최용수보다 1000만원이 많은 2억2000만원을 받게 됐다. 아쉽게도 막판에 2인자로 밀려난 것이었다.
올시즌 연봉 협상에 임하는 최용수는 치밀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복귀한 황선홍(32．수원, 2억5000만원)을 비롯해 안정환(24．부산, 2억6500만원) 김도훈(30．전북, 2억7000만원) 등의 연봉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다.
올해야말로 반드시 최고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자존심에서였다. 내심 지난해 `막판 뒤집기'를 한 김병지가 신경쓰였지만 지난 9일 그는 올시즌 최고액이라고 여겨지던(?) 2억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등록 마감일에 전북의 깜짝 선언으로 지난해와 같은 역전극이 벌어진 것이었다. 힘이 빠지는게 사실이었다."이젠 자존심은 접어둘 생각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성적에서 먼저 최고선수가 될 각오입니다."
[서태원 기자＝wa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