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거액 스카우트 제의 거절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3시 30분
"돈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
주니치 이종범(30)이 비수를 품었다. 2군으로 떨어지자마자 쏟아지는 한국팀들의 유혹.
그러나 이종범은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일본에 남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쏟아냈다.
"어차피 마지막 봉사는 고국이지만 한국 최고 타자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한뒤 고국 팬들 앞에 서겠다."
그동안 이종범은 한국팀들의 집요한 스카우트 공세를 받아왔다. 올초부터 신생팀 SK가 여러 루트를 통해 마음을 떠보다가 본인의 확고한 의사를 확인한뒤 꼬리를 내렸다. 50억~60억원의 물량 공세를 펼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떠돌았다.
최근에는 LG가 달려들었다. 이종범은 자신이 좋아하는 현 LG 코치로부터 이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다. "달라는대로 주겠다"는 식의 `무차별 공세'였다.
팀 `간판 세우기' 차원에서 이팀 저팀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어 이종범으로서는 본인만 `O.K'하면 거액의 돈보따리를 챙길 수도 있다.
이에대해 이종범은 "일본에 남지 않으려고 생각했다면 벌써 결정을 내렸지 않겠는가. 2군까지 감수하면서 남아있는 이유는 분명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한국의 친척들에게는 물론 나고야 집에까지 쏟아지는 격려 편지와 전화. 이때마다 이종범은 "여기(일본)서 이전의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인다.
이종범은 2군 경기를 위해 오사카로 원정을 떠났던 지난 14일 자신을 채근하는 장문의 일기를 썼다.
"정후(장남) 엄마,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잘 견딥시다. 분명히 기회는 올 것 아니겠소. 이따금씩 분풀이겸으로 한국에 가겠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까지의 마음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지…."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