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6)
기사입력 2000년 03월 15일 13시 52분
갈비집은 넓고 깔끔했다. 외제 승용차가 들어오자 종업원이 달려나와 주차를 도와줬다. 그리고 둘을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 둘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기에 알맞은 조그만 방이었다.
갈비와 소주 한병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들어와 갈비를 구워주고 나가자 둘은 서로 소주를 한잔씩 따라줬다.
갈비굽는 냄새가 방안을 가득채웠을때 둘은 소주잔을 부딪치고 마셨다. 윤미혜는 식당업을 하면서 손님들의 권하는 잔을 받아 마신 적이 많아 소주에는 비교적 익숙한 편이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원갈비를 안주삼아 마시니 술맛도 괜찮았다. 주거나 받거니를 몇차례 한뒤 강성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윤여사님, 우리가 만나는 이유는 한가지 뿐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실 윤여사님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마음을 정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아직 3번밖에 만나지 않았잖아요."
"마음이 중요한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윤여사님이 허락할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둘은 소주 두병을 나눠 마신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회장님, 술 드시고 운전하실 수 있겠어요?"
"운전해보다 어려우면 어디가서 조금 쉬었다 가면 되겠지요."
차를 몰고 나와보니 길은 아직도 많이 밀리고 있었다. 20분쯤 갔을때 길가에 카바레 간판이 보였다. 강성수는 차를 길가에 세우고 윤미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운전하기 좀 힘드네요. 그리고 길도 많이 막히고."
"그래요. 우리 어디가서 얘기나 하며 시간을 좀 보내는게 좋겠어요."
"저…."
"말씀하세요."
"저, 윤여사님하고 춤 한번 춰보고 싶어요."
"어머, 전 그런건 못해요."
"실은 저도 잘 못춥니다. 카바레는 말만 들었지 가본적도 없구요. 하지만 윤여사님과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강성수는 마다하는 윤미혜를 달래며 카바레로 끌고 들어갔다. 휘황한 불빛이 빙글빙글 도는 가운데 스테이지에서 남녀가 뒤엉켜 춤을 추고 있었다.
둘은 웨이터가 안내하는 구석 자리에 앉았고 웨이터는 맥주 몇병과 과일 안주를 내왔다. 아마 기본인 모양이다.
맥주잔을 기울이던 강성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윤미혜의 손을 잡아 당겼고 윤미혜는 자석에 이끌리듯 따라나섰다.
둘은 스테이지로 나가 블루스를 췄다. 서로 간격을 조금 띄운채 손을 맞잡고 스텝을 밟았다. 윤미혜는 서툴었지만 강성수가 리드하는대로 스텝을 밟아나갔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강성수는 "사랑합니다"하며 윤미혜의 귓볼에 더운 입김을 가볍게 뿜었다.
그리고 윤미혜의 허리를 감쌌던 팔을 조금 당겼다. 윤미혜의 몸이 강성수의 가슴에 와 닿았다. 윤미혜는 몸을 빼려고 했지만 강성수의 팔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강성수의 몸에선 땀내가 풍겼지만 윤미혜는 강성수의 가슴이 포근하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몸을 빼려던 것을 포기했다.
강성수는 스텝을 밟으며 이따금 오른쪽 다리로 윤미혜의 다리를 스쳤다. 윤미혜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남자의 품에 안긴게, 그것도 박식하고 매너 좋고 믿음직한 남자의 품에 안겼다는게 싫지 않았다.
음악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와 둘은 맥주잔을 비우고 추가로 시켜 또 비웠다. 다음 음악이 나오자 강성수는 또 윤미혜의 손을 잡아 끌었다.
스테이지에 오르자 강성수는 양팔로 윤미혜의 허리를 감싸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윤미혜는 놀라 주위를 둘러보며 몸을 빼려 했으나 남들도 다 그렇게 춤을 추고 있었다.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에 어울려보고 싶었다.
얼마를 빙글빙글 돌다 강성수의 오른팔이 윤미헤의 등으로 올라갔다. 이제 둘의 몸은 완전히 달라붙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