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 기자 '영원한 우리의 용순언니, 웃음안고 가소서'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4시 37분
"용순 언니, 무의식중에도 `미화야! 영옥아!' 하고 찾았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들었어요.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줄 알았다면 한번만이라도 병원을 더 찾아갈걸, 이제와서 후회가 뼈에 사무칩니다."
13일 오전 8시 고 코미디언 최용순의 영결식이 열린 KBS IBC공개홀 앞 광장.
구봉서 석현 남춘 등 원로코미디언들부터 김한국 김상호 등의 중견, 그리고 심현섭 김영철 등 신세대 개그맨들에 이르기까지 평소 웃음을 안겨주던 희극인들의 얼굴엔 저마다 눈물이 흘렀다.
"병원 영안실에 누운 언니 앞에서, 그래도 산 목숨이라고 전 밥이 넘어가더군요. 언니가 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저게 사준 음식으로 생각하고 육개장을 달게 먹었어요."
개그우먼 김미화의 조사가 이어지는 동안 100여명의 선후배들은 흐느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항상 다정다감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고 최용순의 갑작스런 죽음은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에겐 충격이었다. 평소 언니처럼 누나처럼, 때론 자상한 어머니처럼 푸근한 사랑을 베풀었기에 더욱 그랬다.
희극인 사상 처음으로 희극인장을 치르게 된 것도 최근 발족한 코미디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방송 3사 개그맨들의 뜻이 한데 뭉쳤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임시 빈소가 마련된 KBS 희극인실로 집결, 일사분란하게 영결식을 준비했다. 영결식장과 분향소 마련 등 전날도 밤 늦게까지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고인에겐 물론이고 유족들의 슬픔을 나누고 덜어주기 위해 온정성을 쏟았다.
코미디프로그램을 함께 해온 김영선 강영원 박중민 등 예능 PD들도 마찬가지. 전날 휴일도 반납하고 출근, 영결식장 마련과 최용순의 TV활동 장면들을 일일이 편집하는 등 찡한 우정을 보여줬다.
코미디프로그램의 부침에 따라 때론 울분을, 때론 기쁨을 함께 해온 희극인들.
이들은 동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지켜보면서도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남겨주고 간 언니를 기쁨으로 보내드릴 수 있다"는 김미화의 말을 진정 공감하는듯 했다.
[강일홍@ 연예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