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향미] 반드시 마운드 다시 밟겠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27일 14시 44분
"반드시 야구선수로 뛸 겁니다."
지난 25일부터 3일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연 `2000년도 기록 강습회'에서 19세 소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강의받아 주목을 끌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낯선 얼굴이 아니었다. 지난해 동대문구장 덕아웃에서 남자들 틈에 끼어 파이팅을 외치던 투수 안향미였다. 지난 92년 영등포 영동초등학교 5학년때 야구를 시작한 안향미는 지난 11일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기까지 `여자가 무슨 야구를 하냐'는 편견과 싸우며 남자들 틈에서 땀을 흘려왔다.
지난해 4월30일 대통령배 배명고전에 선발로 출전하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자격도 얻었다. "어쩌면 `여자 프로야구 선수 1호'가 될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풀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안향미는 잇달아 쓴잔을 마셔야 했다. 지난해말 프로야구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안향미는 구단관계자들의 입에 오르지 못했고, 한화와 현대의 신인선수 입단테스트에서 따뜻한 눈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안향미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안향미는 `한국에서가 아니라면 다른 나라에서라도 야구선수로 뛰겠다'는 꿈을 품고 모교에서 후배들과 훈련하다가 이번 강습회에 참석했다. 지난 97년부터 3년째다. 혹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향미는 절대 아니라며 거듭 손사례를 친다. 야구를 잘 하려면 기록도 잘 알아야한단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내가 야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말을 마친 안향미의 눈에선 살짝 눈물이 비쳤다.
[김세훈 기자 sh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