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암의코트비전] '용병제도 개선하자'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3시 55분
당초 용병제도는 국내 장신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농구에 기여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몸싸움을 중시하는 용병들 때문에 국내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장신선수들은 스스로 설자리를 얻기 위해 드리블과 슛팅 기술 그리고 패스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에 따라 체력과 기술 등이 크게 향상됐다.
또 리딩가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돼 가드진의 경기운영능력이 발전했다.
그러나 용병제도는 국내선수들에게 활동의 폭을 보다 넓혀주는 발전된 제도로 거듭 나야한다.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 투입되는 용병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즉 2명 보유에 1명만을 경기에 투입하도록 해 용병의 역할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선수 4명에게 자리를 확보해 줘야한다. 4쿼터 가운데 1쿼터에는 국내선수들만 뛰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프로농구의 흥미와 수준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단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 경기룰(FIBA)을 적용한다면 시도해 볼만하다.
둘째로는 현재 프로농구의 용병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연봉을 어느 정도 인상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활동하고있는 용병들의 수준은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수준이하이다. 기아나 LG 등이 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팬들도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프로농구를 기대하고 있다.
세째로는 용병의 합류시기를 현재보다 앞당겨야한다. 현 제도로는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익히는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각 팀의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용병의 합류가 빨라지면 대학팀과의 연습 경기나 토너먼트대회 등으로 대학선수들도 용병들과 경기를 할 수 있어 대학선수들로서는 무척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용병의 관리를 완전히 감독에게 맡겨야한다. 일부 구단 프론트가 감독을 빼놓고 용병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은 가뜩이나 한국농구를 우습게 아는 용병들의 콧대만 높여주고 감독의 권위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제도는 용병이든 국내선수든 승부를 위해 4쿼터를 풀로 기용되는 바람에 리그 막판에는 체력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경기력이 떨어지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용병제도를 하루빨리 개선, 국내선수들에게는 기량 향상의 기회를 주고 팬들에게는 보다 수준 높은 프로농구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연세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