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클리닉] 임필빈 '오리 궁둥이와 전립선 마사지'
기사입력 2000년 02월 22일 14시 25분
인턴 시절인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임필빈 선생님, 전립선 마사지 한 분만 해주세요." 4번 검사실로 터벅터벅 들어선 20대 후반의 X는 큰 키에 떡벌어진 어깨며 건장한 모습이 영락없는 대한민국의 남자였다.
"전립선 검사는 처음 해보시나요. " "네." "우선 바지를 내리시고 90도로 엎드리세요. 제가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전립선을 마사지하면 전립선 분비액이 요도로 흘러 나올 겁니다. 그럼, 요도에서 이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다가 분비액을 몇 방울 받으세요. 현미경 검사에서 이 분비액 안에 염증 세포가 있으면 전립선염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무릎 밑에까지 바지를 쭉 내리십시오."
나는 그의 뒤 쪽으로 앉아 그가 엎드리기만을 기다렸다. 악！ 이럴수가. 오리 궁둥이였다. 오늘도 힘들겠군. 우리 언니는 사람은 자고로 엉덩이가 처지지 않고 톡 튀어나오면서 발딱 위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들을 제일 싫어한다. 왜냐하면 내 짧은 손가락이 그의 엉덩이 틈을 지나 전립선까지 가려면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항문에 힘이라도 주는 날이면 나는 그 검사가 끝난 후 몇시간 동안 손가락이 떨려 글씨를 쓸 수가 없다.
그날도 역시 내 검지 손가락이 X의 항문 괄약근을 통과할 때 그는 "으으윽" 하고 소리를 냈다. 밖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빨리 환자한테 통증을 주지 않고 전립선 마사지를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텐데….
[부평 성모자애병원 레지던트·인터넷 홈페이지 www.drfe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