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 야구야그] 고향팀 이적한 켄 그리피 Jr의 가족사랑
기사입력 2000년 02월 16일 13시 59분
켄 그리피 주니어의 가족사랑
미국의 신시내티가 온통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미국프로야구의 슈퍼스타 켄 그리피 주니어(31)가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구단이 4명의 선수를 내주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그리피를 9년간 1억1700만달러(약 1404억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하자 신시내티 야구팬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자동차 경적까지 울리며 환호했다.
칼 린드너 구단주는 입단계약을 위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신시내티에 날아왔고, 이적이 발표되자 홈구장 시너지필드의 티켓판매소에는 표를 예매하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으며, 개막전 티켓은 이미 매진됐다고 외신은 전한다.
지난 89년 매리너스 입단이후 한번도 팀을 떠나지 않았던 그리피는 지난해 11월 사상 유례없는 1억4800만달러(약 1776억원)에 8년 계약 제의를 거부하고 레즈의 이적을 요구했었다. 그리피가 레즈 이적을 요구한 것은 돈보다는 가족이 있는 고향 때문이었다. 그는 69년 11월 펜실베니아주 도노라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레즈의 헤드코치로 있는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51)와 함께 신시내티(오하이오주)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몰러고교 시절 선수로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운 신시내티가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리피는 기자회견에서 "다시 고향에 돌아오게 돼 한없이 기쁘다. 8살때 입었던 레즈의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다니…. 이제야 꿈을 이뤘다"고 감격해 했다. AP통신은 레즈 이적으로 그리피가 당장 받지못하는 연봉을 이자까지 계산하면 매년 900만달러(약 10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그리피의 값싼 트레이드를 "롤스로이스를 폴크스바겐 가격에 판 가격"이라고 비유했다.
켄 그리피 부자(父子)는 90년 8월31일 로얄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선발로 출전해 화제을 모은 주인공으로 둘다 좌완이다. 아버지는 73∼91년까지 19년간의 메이저리그 선수생활 동안 통산타율 2할9푼6리를 기록했으며, 80년 올스타전에서는 MVP에 뽑히기도 했다.
아들 그리피는 올스타전 10번 출전, 골드글러브 10년 연속 수상에 통산 398개 홈런으로 행크 아론의 통산홈런기록(755)을 깨뜨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현역 최고선수이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프로스포츠에서 가족과 고향 곁으로 돌아간 켄 그리피 주니어를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가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 그리고 언제나 풍성한 고향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