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스텝스'] 4인의 퓨전재즈 프론티어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00분
남다른 정열을 가진 젊은 그들에게 98년 8월은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경남 울진, 서늘한 재즈의 선율이 달궈진 대지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나이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 4명의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한 건 이 때였다. `울진재즈페스티벌'에서 만난 그들은 서로의 연주에서 `자유의 내음'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읽어냈다.
4인조 하드코어 퓨전재즈밴드 `스텝스'(S.T.E.P.S)는 이렇게 해서 재즈의 `거품'이 사라진 척박한 땅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 서울 대학로 `딸기'소극장을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조연호씨(27), 31세 동갑내기 베이시스트 서영도씨와 드러머 박철우씨, 팀의 막내이자 건반악기주자 박지운씨(26).
`하드코어 퓨전재즈'라는 딱지를 단 이들의 음악은 분위기 잡는 `무드음악', 그저 드라마 배경음악으로나 쓰이는 가벼운 색소폰연주로만 인식돼온 재즈와는 사뭇 다르다. 잔뜩 찌그러진 전자기타소리가 곡을 이끌기도 하고, 베이스와 드럼이 받치는 리듬파트가 강조돼 강렬한 비트를 빚어내기도 한다. 출렁이는 정통재즈의 선율에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을 넘나드는 `찐한' 사운드를 입혔다.
"우리의 음악적 색깔은 한 마디로 `프리'(free)입니다.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요. 우리를 붙잡아 두는 딱 한가지가 있다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실험정신이죠."
이들의 실험과 파격을 받쳐주는 것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연주실력들이다. 각자 유명가수들의 세션맨으로 참여하고, 또 재즈아카데미 등에서 강의를 맡을 정도로 실력파들이기 때문이다. 서영도씨와 박지운씨는 이문세, 이소라,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세션맨으로 활동했고, 박철우씨는 90년대 초 최고의 록밴드 중 하나였다고 평가받는 `미스테리'멤버이기도 했다. 리더 조연호씨는 미국 기타전문학교(GIT)출신.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는 스텝스는 김덕수사물놀이패와 국악@재즈협연 무대를 갖는 등 다른 장르와의 접목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는 `퓨전'의 정신에 충실한 밴드다.
3월 중 첫 음반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국악이나 록뿐 아니라, 테크노, 트립합 등과도 접목을 시도해 동시대인들과 호흡할 수 있는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 evol909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