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재일동포 현 월씨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4시 39분
지난 14일 밤, 일본문학진흥회는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번 수상자는 두 명으로, 그 중 한 명이 재일동포 2세인 현 월(玄月．31)씨였다. 현 월이라는 이름은 필명으로 본명은 현봉호다.
14일 밤 TV뉴스에서 수상자 명단을 맨처음 보도했을 때, 재일동포들과 한국인들은 현 월이라는 이름을 보며 혹시 재일동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일본인들대로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이튿날 조간신문에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발표가 크게 보도됐고, 현 월씨의 수상소감을 밝힌 짧은 코멘트가 곁들여졌다. 그는 역시 재일한국인 2세였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재일동포는 이회성(72년), 고(故) 이양지(89년), 유미리씨(97년). 현씨는 4번째 수상자다. 물론 귀화한 재일동포까지 포함하면 더 많지만 어쨌든 본인 스스로 재일한국임을 밝히며 문필생활을 하는 작가 중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는 네 명 뿐이다.
15일 발간되는 신문마다 대서특필되고, 자연 현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재일동포에게 그의 신상을 물어 보았지만 도대체 아는 것이 없었다. 일본 기자도 마찬가지. 또 현씨가 살고 있는 오사카 이쿠노구의 츠루하시에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현씨의 등장은 모든 사람에게 그만큼 낯설고 생소했다.
결국 신문사 문화부기자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다.
"모시모시!"
마침 본인이 전화를 받았다. 인터뷰 요청에 현씨는 가타부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소오데스카(그렇습니까), 소오데스카"를 연발했다. 인터뷰 약속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 현씨가 사는 곳은 오사카. 그가 기차를 타고 도쿄로 올라오기로 했다.
드디어 17일 문예춘추사의 한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부져 보이는 자그마한 체격이었다. 그의 말소리에는 확고한 신념이 가득차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똑똑 끊어졌다. 이를테면 예스 노의 의사를 절대로 안밝히는 전형적인 일본인들과는 달리 현씨는 처음부터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밝혔다. 그래선지 그의 표정에서는 어떤 `고집' 같은 것이 배어 나왔다.
－본인의 수상소감은 이미 신문에 보도됐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맨처음 가족들에게 수상소식을 전했을 때, 누나가 어찌나 열광하며 좋아하던지 다른 식구들은 오히려 조용했다. 어머니는 자신만이라도 차분해져야 한다면서 진짜 마음을 가다듬으셨다. 하지만 아버지께선 나보다도 더 기뻐하셨다.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였나?
▲어렸을 적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밤낮으로 열심히 일만 하시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간 적이 없다, 비가 올 때 우산을 가지고 마중나오신 일도 없었다. 그만큼 어머니는 여느 재일동포들처럼 먹고 살기에 바빴다.
－형제들은?
▲3남 2녀인데 내가 막내다. 보통 형제들처럼 더러 싸우기도 하고 말썽도 부리며 그렇게 자랐다.
－부인은?
▲일본인이다. 사실 아내는 맨처음 내가 소설을 쓴다고 할 때 뜨악해 했다. 왜 있잖은가? 무명의 습작시절에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는 것. 그래서 아내가 몹시 힘들어 했다. 그 때 아버지도 장래를 생각하라고 충고를 하셨다. 그런만큼 이번 수상은 내게 여러가지로 큰 의미가 있다.
－힘들 때 그만두고 싶지 않았나?
▲나 자신을 굳게 믿었다. 단 한번도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스물 일곱 살에 처음으로 소설쓰기를 시작한 후 개인적인 취미나 여가시간을 포기했다. 구두공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썼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