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진지 옮김면 우승하겠지' 대구구장 교체공사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13시 20분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자.'
삼성이 대구구장 홈 덕아웃을 3루에서 1루로 바꾼다.
삼성은 지난 21일 덕아웃을 포함한 대구구장 내부공사를 시작했다.
대부분 홈팀이 1루쪽 덕아웃을 사용하는 관례에 비춰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삼성도 지난 83년까지 1루쪽을 이용했다. 당시 김영덕감독은 직사광선을 받아 선수들이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해 3루쪽으로 옮겨 지난해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홈덕아웃 변경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올시즌 사상 첫 우승을 위해 눈꼽만큼의 작전노출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숨은 뜻이 담겨있다.
덕아웃 위치가 경기력을 저울질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에선 간단히 넘길 문제도 아니다.
경기중 작전지시는 덕아웃에 있는 감독이 3루쪽 주루코치에게 전하고, 주루코치는 다시 타자나 주자에게 사인을 보낸다. 이때 덕아웃 위치에 따라 감독과 3루 주루코치의 사인이 상대팀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홈덕아웃이 1루쪽에 있으면 감독과 주루코치가 마주보는 형태지만 지금 위치에선 주루코치의 작전이 상대팀 코칭스태프에게 완전히 드러난다. 삼성이 피해의식을 느꼈던 부분이다.
작전노출 예방과 함께 관중소요의 여지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1루에서 아웃된 타자가 덕아웃에 돌아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홈팬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판단이다. 덕아웃이 1루쪽에 있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평생의 한으로 간직하고 있는 삼성.
지난해 대형트레이드에 이어 올시즌 자유계약선수(FA)까지 싹쓸이 했던 삼성의 이번 덕아웃 공사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한편 총 3억원이 들어가는 대구구장 내부공사는 3월에 완공된다.
[권정식 기자 jskw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