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합리적 '힘의 균형' 아쉬워
기사입력 2000년 01월 17일 13시 57분
프로야구선수들은 1년에 두차례 큰 `전쟁'을 치른다. 첫번째 전쟁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펼치는 상대팀과의 피말리는 시즌중의 승부전쟁이고, 두번째는 비시즌에 구단과 벌이는 연봉전쟁이 그것이다.
팀의 우승과 개인성적을 올리기 위한 6개월여간의 승부전쟁이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이라면, 연봉전쟁은 수확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기위한 싸움이다. 승부전쟁도 중요하지만 연봉전쟁도 이에 못지않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제값을 받지못하면 헛수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봉협상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 그렇다고 `세월아 네월아' 언제까지나 연봉협상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일이다. 양자가 합의점을 찾지못할 때를 대비한 제도가 연봉조정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조정신청은 구단 또는 선수가 할 수 있으며, 미국은 풀타임 2년을 뛴 선수에게 자격이 주어지며 지난 74년에 처음 도입했다.
한국은 85년 규약개정을 통해 만 3년으로 제한했는데 이는 MBC청룡(현 LG)의 투수 이원국 때문이었다. 최초의 연봉조정 신청자로 기록된 이원국은 멕시칸리그에서 뛴 경력을 앞세워 83년 특A급인 연봉 3000만원으로 국내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83년 8게임에서 단 1승(1패)에 그치자, MBC는 84년 연봉을 `25% 이상을 감액할 수 없다'는 야구규약을 어기면서 40% 삭감을 제시했고, 이원국은 25% 삭감을 요구했다. 구단제시액대로 조정이 되자 이원국은 이에 굴복해 유니폼을 벗고 멕시코로 돌아가버렸다.
한국에서는 지난해까지 75차례 조정신청이 있었지만 13건만 조정까지 갔을뿐 나머지는 도중에 취소해 버렸다. 지난해까지의 조정에서 한국은 13대0, 미국은 236대181로 구단이 선수를 크게 앞섰다.
LA다저스의 박찬호(27)가 지난 15일(한국시간) 조정신청을 냈다. 조정승률 50%를 자랑하는 `협상의 귀재' 스콧 보라스와 지난 10일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박찬호의 올해 연봉이 어떻게 정해질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