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일기] '제복'이 판치는 사회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4시 12분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눈에 자주 띄는 사람은 군인과 경찰이다.
정복은 말할 것도 없고, 사복도 수두룩하다.
차를 타고 시가지 외곽 도로를 달리다 보면 몇 킬로미터 못 가서 번번이 한 무리의 경찰이나 군인들이 나타나 차를 세운다.
검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권총이나 기관총으로 무장해 있다.
탁한 색깔의 제복에다 기관총, 어두운 피부색.
그들이 한적한 외곽 도로에서 차를 막아선 뒤 총구를 겨누고 다가오면 섬뜩해진다.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야 경찰이나 군인을 경호원으로 앞좌석에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들이 뭐든 꼬투리를 잡아 돈이나 물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거부하면 `재미없다'.
공갈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얻어맞기도 하니까.
나이지리아에는 대충 10여 종류의 경찰이 있다.
일반경찰, 교통경찰, 비밀경찰, 사복경찰, 기동타격대, 군@경합동단속반, 마약단속반….
누가 가장 센 지는 알 수 없지만 서민들에게는 하나같이 두려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나이지리아 경찰의 월급은 2천500나이라（약 3만5천원） 정도.
생계를 꾸려가기엔 빠듯한 액수다.
제복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주황색, 회색, 검정색, 카키색, 고동색, 노랑색….
도대체 누가 군인이고, 누가 경찰인 지도 모를 정도다.
사실 그들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기가 돈을 받고 경호하는 차가 다른 차로부터 방해를 받으면 여지없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그 차 운전수의 머리통을 겨누고는 고함을 지른다.
급하면 반대차선으로 역주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교통법규를 따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마디로 `제복 세상'이다.
이제 5월 29일이면 민선 대통령인 오바산조 정권이 출범한다.
그 때가 되면 무조건 권총부터 뽑는 그들의 버릇이 얼마나 고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포트하쿠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