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6)
기사입력 1999년 04월 02일 15시 21분
"오빠！ 조심해！"
동시에 한대의 차량이 나의 옆에 바싹 달라붙었다.
나는 차창으로 그 차안을 보려 했지만, 진한 선팅 때문인지 안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 놈 역시 나를 우롱하듯 갑자기 속력을 줄이고 우리 차 속력에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도 검은 색 차가 한대 달라붙었다.
"오빠！ 어떻게 좀 해 봐. 얘네들이 미쳤나봐. 완전히 우리를 둘러쌌잖아?"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련한 기억 속에서 다시 형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되는 지는 몰라도, 운전대를 잡으면 문득문득 형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형의 꿈은 카 레이서였다. 탁월했다.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 나는 믿었다.
그것 빼고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없는 인간이라 생각했으며, 그가 죽기 전까지 나는 그가 언제든지 마음만 바꾸면 카 레이서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가 카 레이서를 포기한 것은 의외였다. 그것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형을 알고 있는 사람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가 왜 자신의 길을 포기했는지 아는 사람은 우습게도 나 뿐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나는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 # #
나는 형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 침대에 누운 그는 아주 멀쩡했다. 뭔가에 놀란 눈동자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야！ 너, 혹시 살아있는 자동차를 본 적 있냐?"
그가 왜 나에게만 그 이야기를 꺼냈는지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아있는 자동차라…. 뭐, 요즘엔 과학이 발달했으니…."
"웃기지마 새끼야！ 난 당했어. 그것들한테. 그것들은 나를 노렸단 말이야."
멍한 얼굴로 형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사고로 형의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형은 불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시가지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었다.
새벽에 열리는 이 레이스는 튜닝한 차를 가지고 대학로에서 시작해서 서울 외곽을 도는 레이스였다.
한마디로 미친 놈들의 미친 경기였다. 형은 이 경주에서도 꽤 알아주는 미친 놈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녀석들이 나를 둘러쌌어. 나를 노린 거야. 둘러싸더니 일제히 경적을 울리기 시작하는 거야. 먹이를 노리는 맹수들처럼 일제히… 경적을…."
`뿌아~앙.'
# # #
`뿌아아~~앙.'
"으아아아악. 오빠 무서워. 미쳤나봐."
내 차를 둘러싼 3대의 차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경적을 울려댔다.
나도 그와 동시에 쓰잘데기 없는 상념에서 탈출해 현실을 직시했다.
"저것들이 왜 이러는 거야?"
`뿌아아아~~~앙.'
다시 한번 삼면에서 거대한 경적소리가 울렸다. 그것들의 경적, 아니 울부짖음은 나에게 도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