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O양사건 전말 '불장난이 부른 재앙'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57분
결국 비디오는 `사실'이고, 이제 누가 유통시켰고 협박했는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O양이 비디오에 관해 처음 협박받은 때는 재작년말. 처음에는 괴쪽지가 날아왔다. `당신과 H씨가 찍은 섹스비디오를 갖고 있다. 200만원을 주면 유통시키지 않겠다'는 내용. O양은 근 10년전（90년, 당시 대학 2학년때）에 사귀었던 남자와의 테이프 운운이 하도 가당치 않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직후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같은 내용이었지만 또 한번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확인할 필요도, 돈을 줄 필요도 없었다는 것.
그러나 의심이 나기 시작한 O양은 그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던 옛애인 H씨를 찾았다. `혹시 그런 테이프 갖고 있냐, 누구에도 돌렸냐'는 질문에 H씨는 "10년전 일을 갖고 내가 그런 짓 하겠냐"고 되물었다. O양은 당시 `혹 잘못되면, 고소하겠다"며 흥분했다고 한다.
`테이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작년말. 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지만, 행여나 했던 차에 O양은 한 월간지 기자로부터 테이프를 건네받았다.
`당신 비디오'인데 확인해달라는 것이었지만, 보지고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 다른 인터뷰가 나갔다.
그러나 `혹시나'하는 불안감은 계속됐고, 드디어 지난 2월부터 인터넷과 비디오테이프가 나돌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예고편까지 올려졌다.
O양은 지난 2월 5일 미국으로 떠났다. 작년 6월 받은 턱관절수술이 잘못돼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었고, 하루 4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며 유학준비를 해왔던 차였지만, 솔직히 소문이 겁나고 귀찮기도 했다.
비디오는 계속 나돌았다. 30여분의 테이프와 인테넷의 화면은 화질이 안좋아 100％ O양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비슷하다'는 여론이었다. 비디오는 계속 복사돼 어떤 회사에서는 상사에 대한 상납품목까지 됐다.
피해자의 고소없는 사건이지만 사회문제화되자 검찰은 2월말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초점은 유통업자와 협박범을 찾는 일이다.
영국에 머물던 H씨는 지난 8일 귀국하자마자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자신이 협박범으로 몰리는 것같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12일 새벽 인터뷰에서 뉴욕에 있는 O양（29）은 수면제를 한알 한알 사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의 비디오 소문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는데다, 낮에 랭귀지스쿨을 다녀도 귀에 영어 한마디도 안 들어온다고 한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다 못해 수면제를 먹기 시작한 것인데, 문득문득 `극단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럴 때마다 서울에 있는 가족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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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봄까지 TV드라마에 출연했던 O양은 턱관절수술 후유증때문에 연예생활이 불가능했다. 급기야 작년 9월에 부친이 세상을 떠났고, 수입이 줄게되자 모친은 연초부터 인천에서 조그마한 오리고기집을 차렸다. 방송생활하면서 타고 다녔던 밴승용차도 올해초 팔았다고 한다.
10년전의 불장난. 철몰랐던 시절, 한순간의 실수가 결국 톱스타까지 올랐던 O양을 나락으로 몰았다. 15일 신문사로 전화해온 한 팬은 "연예생활은 힘들겠지만, 여자로서 너무 안됐다. 한 순간의 실수로 봐주면 안되겠냐"고 주문했다.
O양은 최소 1년간은 미국에서만 생활하겠다고 했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