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26)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4시 34분


정색한 워렌이 말을 이었다.

"그자도 K_7장치를 노리고 있는데 배후에는 미국쪽 무기 제조상이 있는 것같소."

그가 시가를 지근지근 씹었다.

"K_7 장치의 효과가 사실이라면 이제까지 개발된 모든 공격용 전자장비가 무용지물이 될테니까 말이오."

"싸드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준석이 불쑥 물었다. 싸드에게 연락하기 전에 그는 워렌의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다.

뛸듯이 기뻐한 워렌이 그의 제의를 승낙한 것은 물론이다.

"싸드는 카이로 교외에 숨어 있었습니다. 당신과 통화한 사내가 싸드에게 보고하는 전파를 잡았지요."

워렌의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배어났다.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놈들의 통화가 걸려 들기만 하면 우리 위성은 그 곳의 버려진 담배도 찍어 보냅니다."

"싸드가 하마니를 잡았습니까?"

"싸드가 기습했지만 하마니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아마 카이로를 떠난것 같소."

"내 여자를 하마니가 데리고 있습니다. 싸드가 확인해 주었소."

"싸드는 지금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중입니다. 놈을 잡을 수도 있지만 하마니의 거처를 알고 있는것 같아서 감시만 하고 있는거요."

"그렇다면 나도 끼워주시오."

그러자 정필수가 입을 열었다.

"대위, 그렇지 않아도 워렌씨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똑바로 이준석을 바라보며 한국어로 말했다.

"너는 싸드의 얼굴도 아는데다가 일본정보국의 상황도 알고있어. 게다가 네 솜씨에 워렌씨는 감탄을 하더라."

"같이 일합시다. 대위."

워렌이 앉은 채로 이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 약혼자를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소."

머리를 끄덕인 이준석이 그의 손을 쥐었다.

"고맙소. 워렌씨, 하지만 일본 정보국의 내막은 말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건 이해해 주시오."

그러자 워렌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해합니다. 그 사람들은 소노다가 발명한 K_7장치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믿겠지요. 더욱이 소노다의 딸이 연고권을 주장할테니."

"네 덕분에 한국도 이 사업에 끼었다."

다시 불쑥 정필수가 한국어로 말했다.

"그 빌어먹을 장치가 얼마나 위대한지는 나도 감이 잡히지 않지만 말이다."

힐끗 정필수에게 시선을 주었던 워렌이 시가를 비벼껐다.

"대위, 우선 싸드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주시오. 그놈의 인상부터. 이제까지 그놈은 한번도 제 얼굴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모사드의 기록도 지워져 있소."

30분쯤 후에 이준석은 정필수와 둘이서 방에 앉아 있었다.

오후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시계를 내려다본 정필수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네 약혼자가 살아 있다니 다행이다. 네가 애쓴 보람이 있다."

그가 은근한 시선으로 이준석을 바라보았다.

"네 살인혐의는 곧 풀려질 것이다. 이집트 당국도 더이상 널 귀찮게 하지 않을거야."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대령님."

"내가 도와준 것 없다. 모두 네 힘으로 헤쳐나간 것이지."

자리에서 일어선 정필수가 이준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난 네가 자랑스럽다. 이대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