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알몸 판촉효과 만점이죠'
기사입력 1998년 04월 19일 15시 40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먹고 사나 싶어 비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회사의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대중목욕탕에 발가벗고 들어가 `판촉근무'를 하고 있는 （주）에바스화장품의 마케팅팀 양승환씨（29）.
그에게는 서울시내의 모든 대중목욕탕이 일터다.
최근 회사에서 개발한 `쿨 삼바드'를 고객들에게 직접 발라주며 판촉을 하는 게 그의 업무다.
쿨 삼바드는 목욕을 할 때 몸에 바르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신제품.
이 회사 김해근 사장（47）을 비롯한 연구원, 디자이너, 홍보팀, 마케팅팀 직원 10명으로 구성된 `넘버원팀'은 이 제품이 나오자 지난 11일 회사 앞 대중사우나 청림탕에서 가진 신제품 판촉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목욕탕 판촉'이 결정되자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팀원이 목욕탕에 있던 손님들에게 쿨 삼바드를 직접 발라주며 제품을 홍보한 것.
"처음에는 너무 창피하고 스스로도 인생이 서글퍼서 멈칫멈칫 했는데 옆에서 사장님이 제 또래 젊은이들의 등을 밀어주며 PR에 열중인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죠."
상품 홍보를 위해 낯 모르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는 일도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당하는' 사람도 쑥스럽기는 마찬가지.
"손님들도 처음에는 왠 남자가 다가가니 호모가 아닌가 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어느 회사 제품이냐', `샘플을 달라'며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알몸 판촉'이 먹혀들어간다고 판단한 회사는 300여명의 모든 임직원을 오는 25일부터 전국의 목욕탕에 투입하기로 했다.
물론 여사원도 예외는 아니다.
이같은 결정사항이 사원들에게 알려지자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자조 섞인 푸념도 있었지만 IMF 한파를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에 모두가 기꺼이 벗기로 했다.
"목욕탕은 가장 원초적인 곳 아닙니까. 그런 곳에서 상품을 설명하니 효과가 만점이죠."
양씨는 어느새 목욕탕 판촉의 예찬론자가 됐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