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전용구장 없어서 낯뜨거운 편법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4시 35분
@…"이러다가 선수들 옷이 모두 초록색으로 물드는거 아니야."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일 오후 잠실주경기장.
한_일전을 준비중인 축구협회 직원들이 색깔입힌 잔디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마른 잔디위에 뿌린 초록색 물감이 내리는 비로 씻겨나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실주경기장의 누런 잔디를 싱싱한 초록색 잔디로 바꾼 것은 골프장에서 주로 쓰이는 `착색제(着色劑)'.
봄과 가을 두번에 걸쳐 필드의 잔디가 싱싱하게 보이도록 뿌려주는 페인트로 유성(油性)이기 때문에 물에 녹아들지 않고 인체에도 무해하다.
서울시체육시설사업소가 100만원을 들여 `선렉스（Sun Rex）'란 착색제를 뿌린 것은 경기시작 이틀전인 지난달 30일.
20ℓ짜리 2통을 3시간에 걸쳐 고압분무기로 분사, 인공의 초록융단을 만들었다.
이유는 지난달 다이너스티컵이 열렸던 일본 요코하마구장의 사계절 잔디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
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를 타는 잠실주경기장의 누런 잔디가 요코하마의 눈부신 초록색 잔디와 너무 비교가 돼 어쩔수 없이 `눈가리고 아옹'식의 편법을 쓴 것이다.
일이 이쯤되니 한번의 태클에 초록색 `그림물감'이 뭍어 난다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아닌가.
어떤 한국기자는 경기전날 잔디를 물에 담가 초록색이 배어나나 관찰을 한후에야 마음을 놓았다고 하니 만일 250명이나 되는 일본 취재진들이 이 광경을 봤더라면….
우린 언제나 번듯한 축구전용구장에서 잔디 걱정, 착색제 걱정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될는지. 월드컵 4회연속 진출국으로서 낯뜨거울 따름이다.
[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