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동계올림픽] (하)낙후된 경기시설에 기적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한국은 제18회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에서만 3개의 금메달(은1 동2)을 따내 금 5개(은1 동4)로 종합 7위를 마크한 개최국 일본보다 2단계 아래인 9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성적만으로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가는 동계스포츠의 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계스포츠 시설면에서 한국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는 낙후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를 비롯한 전국에 아이스하키링크가 1천200개가 넘는 것외에도 43개 현(縣)중 남부의 10여현을 제외한 모든 현에서 자국의 동계체전을 유치할 수 있을 만큼 각종 경기장 시설이 풍부하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동계스포츠 시설은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태릉선수촌안에 있는 옥외빙상장과 수도권 일원에 있는 쇼트트랙 및 아이스하키 겸용 연습장 6개, 그리고 용평과 무주에 있는 스키경기장 정도가 현재 한국이 갖고 있는 동계스포츠 시설의 전부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종합 10위권 안에 드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순진하게' 금메달을 기대했던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태릉 옥외빙상장외에는 연습할 곳이 없어 비싼 외화를 들여가며 일년에 반 이상을 해외전지훈련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년 내내 지붕이 덮여 있는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는 일본이나 유럽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동계스포츠 시설을 많이 개발하기 어려운 지리적인 여건을 탓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국토의 70％ 가량이 산악지대인 지형적 특성상 예산의 뒷받침만 있으면 오히려 일본을 훨씬 앞서는 동계스포츠 경기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빙상인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볼때 한국의 동계스포츠는 내년 1월 용평과 강릉 춘천에서 분산 개최될 제3회 동계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경기수준과 시설개선 등의 모든 면에서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
[나가노=김석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