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못믿을 세상 못믿을 사람들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Antinomic.
무슨 말인지 아시는가?
가방끈이 상당히 길어야만 알 수 있는 칸트의 철학용어이다. 우리는 `이율배반(二律背反)'으로 풀어서 말한다.
이율배반을 다시 풀어 보자.
`동등한 타당성을 가지고 주장되는 두 명제가 모순+대립되어 양립하지 않은 일'이란다.
막상 말을 하는 에로도 잘 모르겠는데…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으신 분이 많으리라. 실례를 들어보자.
취임이 초읽기에 들어간 DJ, 그는 지지가 향상됐다는 지난 대선 때도, PK 지역에서의 지지는 겨우 십몇%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지역에서 80%가 훨씬 넘는 사람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지. 한 방송사는 `AD수첩' 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더 이상 방송이 시청률의 볼모가 되지 않겠다는 고해성사를 해서 늦게까지 안잤던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그랬는데 그 다음 날엔 `4랑'인가 하는 드라마가 시청률이 낮아서 작가를 긴급 교체키로 했다는 발표를 해서 감동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었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모대학(늘 某대학이 말썽이다)의 치과 교수 중 한분은 결혼주례 답례품도 사양하리만큼 청빈(?)하신 분이었다는데 무슨무슨… 뇌물 비리로 구속되고 말았다.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아 도무지 종을 못 잡겠다.
우리가 혹시 이런 말을 하고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때문은 아닐까?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도 내주라.
★ 대기만성 ⇔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 시작이 절반 ⇔ 끝이 좋으면 다 좋다.
★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 침묵은 금이다.
★ 아는 것이 힘 ⇔ 아는 것이 병.
★ 소 귀에 경 읽기 ⇔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 임기응변 ⇔ 초지일관.
★ 소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말짱 헛일 ⇔ 실패를 거울 삼아라.
★ `죽여라 죽여！'(낮, 부부싸움) ⇔ `으으, 나 죽네요잉∼'(밤, 다른 싸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