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준씨] 같은저자,같은제목 다른출판사서 동시출간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같은 저자의 비슷한 내용의 글이 같은 제목으로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도서출판 박가서장과 그린비가 각각 내놓은 문화평론가 조병준씨(38)의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가 바로 화제의 두 책.
저자의 서문도 첫문장부터 끝문장까지 똑같다. 내용도 두 책 모두 엇비슷하다.
"두 출판사 모두 제 친구들이 하는 출판사들입니다. 어차피 제 친구들이니까 출판사끼리 친구가 돼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 글을 9편씩 나눠주게 된거죠."
애인은 친구의 애인이 될 수 없지만, 친구는 친구의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으냐는 작가의 제안에 박가서장 대표 박상일씨(36)와 그린비 대표 유재건씨(38)도 쾌락했다.
책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3자가 의견을 주고받았다. 책 뒤표지에 상대방 출판사의 책사진을 실어 서로 홍보를 해주기로 하고, 언론사로 보낸 보도자료를 한가지로 만든 것도 이같은 의논의 결과 가운데 하나. 이게 `같은 책, 다른 출판사'의 사연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을 떠돌다 만난 친구들과의 농밀한 `관계맺음'의 소산물이다.
저자는 인도와 유럽 등지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고 있다. 특히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의 집' 산하시설인 `프렘 단'과 `칼리카트'에서 자원봉사자 생활을 하며 기록한 글은 독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병자들을 위해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저자의 동료들, 죽음을 통해 저자에게 삶의 경건함을 일깨워준 인도인 병자들, 고단한 여행길에 저자에게 물 한잔과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준 부부…. 저자는 이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편지투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캘커타에서의 생활을 통해 저는 참으로 배운게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나눔'입니다. 나누며 사는 공동체의 아름다운 삶이 두 책의 주제입니다."
그의 `나눔 철학'은 과연 빈말이 아니다. 두 책에서 번 인세수입을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기로 한 것이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