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PD는 고통2배?
기사입력 1998년 02월 12일 15시 23분
`PD＝Pain Double?'
`IMF 한파'를 실감하는 요즘 방송PD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분담할 고통의 몫보다 더 큰 `이중고'를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KBS MBC SBS 방송 3사는 최근 광고감소에 따라 방송시간 단축, 외주제작 제한 등으로 적자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BS 2TV의 경우 2월 광고 수주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 밖에 이르지 못해 연말엔 3천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료가 없는 MBC와 SBS는 더 심각할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어려울 때 일수록 국민에게 용기를 줘야할 TV프로가 자칫 "알맹이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게 일선 PD들의 지적이다.
PD들은 일단 출연자 섭외로 고통받고 있다. 고액 출연료를 받는 스타급 배우 대신 덜 알려진 `값싼 배우'를 쓸 경우 시청률은 뻔하기 때문이다. 방송국이라고 비껴가지 않는 `명퇴바람'이 `보지 않는 프로'를 만드는 PD를 덮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PD들을 더욱 압박하는 것은 자체 심의제도. 일례로 KBS는 오는 16일 개편에 맞춰 `징계사전 예고제'를 실시해 공영성을 훼손한 제작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며, 프로그램 부적격 고정 출연자에겐 `삼진아웃제'를 적용한다. `IMF시대'에 폭력, 선정성 TV 프로가 사회 불안정을 재촉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쯤되자 PD들은 "하지마라, 쓰지마라등 채찍만 휘둘러댔지 정작 좋은 프로를 만들기 위한 격려정책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방송국의 구조조정과 심의기능 강화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PD들에 대해 `채찍'만 있고 `당근'이 거의 없는 정책의 피해자는 결국 시청자와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