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암감독] '코트의 명교수' 진가확인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5시 40분
사람들은 그를 '코트의 교수'라고 부른다.
안경너머로 반짝이는 눈빛, 언제봐도 단정하고 차분한 자세, 그리고 논리정연한 화술－.
97∼98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를 '왕중왕'에 등극시킨 '독수리군단'의 지휘자 최희암(崔熙岩. 43)감독.
많은 사람들은 연세대의 우승을 좋은 선수들 덕분에 거저 얻은 것처럼 여긴다.
연세대가 '제1 전성기'를 누리며 대학팀 사상 최초로 농구대잔치를 평정한 지난 93∼94시즌에 문경은 김재훈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 '무적의 독수리 5형제'를 가동할 때만해도 최희암 감독의 진가를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농구대잔치 만큼 최희암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대회도 없었다.
연세대는 포인트가드 황성인과 주포 조상현 등이 모두 부상에 시달려 '차(車)'와 '포(包)'를 떼고 장기를 두는 형국이었다.
5일 벌어진 경희대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서 최희암 감독은 1년생 허 중과 이형주를 주전멤버로 기용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고, 또 멋지게 성공시켰다.
최희암 감독이 이날 스타팅멤버 5명가운데 4명을 1년생과 2년생으로 구성한 것은 특유의 자신감과 더불어 '다음'을 대비한 다목적 포석이었다.
서장훈까지 미국유학을 떠나 최악의 위기였던 지난 95년 최감독은 고려대에 전패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1∼2년후에 대비, '연금술사'처럼 그만그만한 선수들을 하나둘 보석으로 닦아나갔다.
그리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조직력을 찰흙처럼 견고하게 만들어 '무적의 독수리 군단' 재건에 성공했다.
"서장훈이 졸업하면 연세대의 전력은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주위의 '냉소'에 대항하듯, 그는 벌써부터 치밀하게 또하나의 '작품'을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농구대잔치 우승으로 최감독은 주가가 더욱 치솟게 됐고 프로구단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유혹'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는 "연세대는 영원한 나의 직장"이라며 "연세대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밝혀 진한 '모교사랑'의 모습을 보였다.
[조석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