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1)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마당쇠로서는 새로운 아침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복귀하기 전까지만 해도 팔철을 없애고 왕이 된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사파리에 나가보니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팔철은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처럼 보였고, 그와는 정반대로 자신은 더욱 초라해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대권을 향한 날개는 부러진 것처럼 생각됐다.
마당쇠는 훤히 보이는 옆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더욱 좌절했다.
마당쇠의 이같은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팔철은 의도적으로 암컷의 교태를 부추겼다.
날이 밝았다.
아파트 한쪽 끝방부터 덜컹덜컹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밤새 갇혀있던 호랑이들은 새로운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를 위해 어슬렁거리며 방을 나섰다.
사육사들은 호랑이들이 나간 방은 얼른 문을 닫는다.
복도로 나가는 척 하다가 출근을 거부하고 되돌아오는 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놈이 있으면 정말로 큰 사고가 난다.
동물아파트도 숙박업소처럼 `손님'이 나갔을 때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사육사들이 동물들이 출근한 줄 알고 청소를 하려고 방에 쑥 들어갔는데 만의 하나 호랑이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육사들은 평소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다룬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패트롤카라는 `철갑선'으로 중무장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서로 알몸으로 마주치면 승패는 불을 보듯 환하다.
아니 승패라고 할 것도 없다.
사육사들이 처참하게 죽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인 만큼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아파트의 자물통이 모두 150개나 되고 하루에 600번을 여닫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사육사들은 호랑이나 사자와 1대1로 마주친 경험이 대개 1∼2번쯤 있게 마련이다.
간단한 청소도구를 든 사육사와 호랑이가 좁은 공간에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X계속〉
